필리핀 카지노서 사채 썼다가 '큰코'…한인 등 외국인 피랍 속출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지난 9월 중순 필리핀을 방문한 30대 한국인 여성이 마닐라 인근의 한 카지노에서 중국인 사채업자에게 1천500만 원을 빌려 도박을 하다가 모두 잃고 이 사채업자에게 납치·감금됐다.
사채업자는 이 여성의 머리를 삭발하고 옷을 벗긴 뒤 찍은 사진을 피해자 가족에게 보내 협박하는 수법으로 빚을 받은 뒤 1주일 만에 풀어줬다.
25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필리핀 카지노에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민이 불법 사채를 썼다가 썼다가 갚지 못해 납치·감금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4월 이후 지금까지 한국대사관에 접수된 이런 사건은 15건으로, 피해자는 16명이다.
지난주에는 40대 한국인 남성이 마닐라 카지노에서 중국인 사채업자에게서 1천300만 원을 빌려 쓰고 못 갚았다가 납치됐다.
한국대사관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휴대전화로 자신의 위치를 알린 피해자를 한 주택에서 구출했다. 당시 주택에는 다른 한국인과 중국인 여성이 같은 이유로 감금돼 있었다.
올해 들어 최소 13명의 중국인이 카지노에서 사채를 이용했다가 갚지 못해 납치됐다고 일간 필리핀스타가 현지 범죄감시단체인 '평화질서회복운동'을 인용해 전했다.
한국대사관의 이수복 경찰영사는 "중국과 필리핀의 관계 개선 이후 중국인 사채업자들이 기승을 부리며 카지노 이용객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려주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 납치·감금해 협박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사관은 구출된 한국인 피해자들이 현지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귀국하는 경우가 있어 가해자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필리핀 사법당국의 항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이런 유사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현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출국하는 경우 한국 경찰청에 도박 혐의에 대한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카지노 이용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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