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용 생감 가격 뚝…"수수료·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어"
작년보다 30% 하락…일부 곶감 업체도 경영난
(상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올해는 가격이 영 시원찮네요. 상자값, 경매수수료, 인건비 빼면 별로 남는 것도 없습니다. 이래서야 감 농사를 지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지난 24일 오후 경북 상주시 성동동 상주원예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만난 60대 감 생산 농업인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상주원예농협 농산물공판장은 감을 출하하는 농업인과 짐을 내리는 직원, 차, 감 상자가 뒤섞여 종일 번잡했다.
감 상자를 쌓아놓은 곳에는 랩이나 주문처럼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경매를 이끄는 경매사와 눈치껏 가격을 매기는 도매인이 모여 있었다.
원예농협은 감 수확 철인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온종일 경매를 진행한다.
상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곶감을 생산하는 곳이다가 보니 생감을 팔려는 농업인과 사려는 곶감 생산자가 몰린다.
게다가 감 출하 시기가 불과 20여 일에 그쳐 공판장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 감 가격이 내려가 팔려고 나온 농민 표정은 대부분 어두웠다.
25일 상주시에 따르면 생감(떫은감) 20㎏ 한 상자 평균 공판 가격은 지난해 평균 2만4천원이었으나 올해 1만8천원으로 25% 떨어졌다.
상주원예농협은 가장 큰 1등급 감 기준으로 지난해 2만5천원에서 올해 1만6천원으로 36% 하락했다고 밝혔다.
상주시와 상주원예농협이 내놓은 가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지난해보다 올해 감 가격이 내려간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가격이 내린 이유는 전체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량이 늘어서다.
상주원예농협 공판장 관계자는 "봄에 가물었다가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익었거나 물러터진 감이 많아 품질이 나쁜 편이다"며 "이런 감은 단단한 생감보다 곶감 만들기에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 1개에 100g이 채 안 되는 작은 감이 많다. 이는 곶감을 만들어도 씨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상품성이 떨어진다.
상주원예농협은 아예 건물 밖에 '100g 미만 감은 값이 내려가니 출하를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다만 상주시는 이달 말까지 추이를 더 지켜봐야 감 가격을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국래 상주시 곶감관리계장은 "공판장에서 1년에 거래하는 물량이 50만 상자 정도 되는데 올해는 23일까지 22만9천 상자 정도 들어왔다"며 "차츰 감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가격이 내려가면 곶감을 만드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은 한해를 걸러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다. 즉 내년에는 가격이 올라 곶감 생산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 들어 상주에선 기존 대규모 곶감 생산업체 가운데 일부가 부도났다거나 부도날 위험에 놓였다는 소문도 나돈다.
수입 과일 수요가 늘고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하는 바람에 곶감 선물 수요가 줄어 생산업체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소규모 곶감 생산업체가 많아지며 대규모 생산업체가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곶감 업체 대표는 "식품은 어느 정도 유행을 타는데 다른 과일 수요가 늘면서 곶감 수요가 좀 줄어든 것 같다"며 "회사나 개인 쪽 모두 매출이 줄어 곶감 외에도 감을 이용한 다른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상주시는 일부 업체가 경영에 실패했을 뿐 곶감 소비가 줄어든 것은 아니란 견해다.
김국기 계장은 "일부 업체가 무리한 투자를 해 경영난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곶감 수요는 줄지 않아 곶감 업계는 큰 어려움이 없다"며 "보통 추석 때만 해도 전년도에 만든 곶감이 10% 정도 남기 마련인데 올해는 창고에 남은 곶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곶감 소비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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