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살리자'…인천·군산 시민·지자체 지원 나서
'한 대라도 더 사주자' 업무협약·캠페인 잇따라
"시민까지 나서는데…노사는 뭐하나" 비난 커져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수조 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와 판매 부진으로 '철수설'에 시달리는 한국지엠(GM)을 돕기 위해 인천과 군산 지역 시민, 기업,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천에는 한국GM의 본사와 부평 공장이, 군산에도 세단 크루즈와 스포츠유틸리티(SUV) 올란도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따라서 한국GM이 만약 실제로 철수하거나 공장을 폐쇄할 경우 해당 지역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인천·군산, 한국GM 철수설에 '술렁'…"뭐라도 돕자"
25일 업계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한국GM 부평 공장 임직원과 인천지역 중소·중견기업 모임 '인천비전기업협회', 한국GM 협력업체로 구성된 '협신회', 인천지역 쉐보레 대리점 관계자들은 오는 26일 부평 공장 홍보관에서 '쉐보레 제품 판매 증진 및 지역경제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협약을 통해 인천비전기업협회는 회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쉐보레 구매 시 특별혜택, 무상 방문 사후관리서비스(A/S) 등을 앞세워 다양한 한국GM 차량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아울러 1천200개에 이르는 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쉐보레 차량의 월별 판매 조건을 홍보하고, 쉐보레 제품을 전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쉐보레 개인·법인 차량 구매를 독려한다. 한국GM 협력업체(협신회) 대표들도 쉐보레 차량 홍보와 구매에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인천시와 지역 상공회의소 주도로 '인천자동차발전협의회'가 발족했고, 20일에는 인천 옹진군의회가 '한국지엠 철수 반대 및 기업발전전망 마련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한국GM이 인천 자동차 산업발전과 인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한국GM 인천시 부평 공장은 세단 말리부와 소형SUV 트랙스 등 쉐보레 대표 모델들을 생산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도 지난 18일 한국GM 임직원과 배우자들과 함께 군산시 주요 거리에서 '릴레이 홍보'를 통해 쉐보레 판매 촉진과 공장 정상화를 다짐하고 시민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이뿐 아니라 군산시는 최근 군산상공회의소와 함께 군산지역 내 한국GM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GM 차 사주기 범시민운동'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극심한 '일감 부족'으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이 멈춘 가운데, 만약 한국GM 군산공장까지 문을 닫을 경우 지역 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군산 지역 사회가 자발적으로 '대표 기업 살리기' 운동에 나선 것이다.
◇ 한국GM 위기, 다음달 노사협상 재개가 분수령
이처럼 한국GM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자체와 시민의 지원 노력이 부각될수록, 정작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할 한국GM 노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5월 23일 상견례와 함께 첫 임금 협상을 시작한 뒤 5개월 가까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3일에는 신임 카허 카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19차 교섭을 시도했지만, 통역 담당 직원 교체 논란 등 사소한 절차상 이견으로 제대로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
신차 출시가 뜸하고 노사 협상은 난항을 겪는 동안, 한국GM의 내수 시장 판매량(8천991대)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1만대 밑으로 떨어져 내수 시장 3위 자리를 쌍용차에 내주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GM이 당초 2002년 옛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약속한 '15년간 경영권 유지' 약속의 기한도 끝났다. 산업은행이 한국GM에 행사할 수 있는 특별 결의 거부권(비토권)까지 만료돼 만약 GM이 한국GM 지분 매각과 함께 철수를 추진하면 더 붙잡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는 이런 한국GM의 '총체적 위기', '철수설'이 다음 달로 예상되는 노사 교섭 재개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GM은 작년까지 최근 3년간 2조 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올해 역시 적자가 많게는 약 8천~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카허 카젬 사장으로서는 임금 인상 폭을 줄여 GM 본사에 '한국GM의 수익성 제고' 가능성을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노조의 이해와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고, 심지어 올해 타결에 실패해 협상이 해를 넘길 경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노조 대의원 선거 등이 마무리되고 다음달께 협상이 재개되면, 카젬 사장이 직접 현실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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