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 신이여, 이 횃불을 평창으로"…평창올림픽 성화 채화식

입력 2017-10-24 20:54
수정 2017-10-24 21:04
"아폴론 신이여, 이 횃불을 평창으로"…평창올림픽 성화 채화식

'변덕스러운 날씨'에 채화식 1시간 동안 3∼4번 비 오다 그치기 반복

그리스 교민 수십 명 태극기 흔들며 "평창올림픽 성공기원"

(올림피아=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아폴론 신이여, 이 횃불을 평창으로 안전하게 보내주소서."

24일 그리스 올림피아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채화식이 거행됐다.

대제사장 역할을 맡은 그리스 여배우 카테리나 레후는 태양의 신인 아폴론 신에게 기도하며 성화봉에 불을 붙였다.

곧이어 '평화의 상징'인 하얀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올라 올림피아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올림피아경기장에는 오륜기와 태극기, 그리스 국기가 나란히 힘차게 휘날렸다.

이낙연 국무총리, 이희범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계자와 체육인은 물론이고, 그리스 교민 수십 명이 올림피아경기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미국·중국·일본 올림픽위원회 관계자, 그리스 국민, 취재진 등 1천여 명이 올림피아경기장을 채웠고, IOC는 드론까지 동원해 채화식을 전 세계인들에게 생중계했다.

이날 올림피아의 신들은 변덕이 심했다. 성화 채화식을 하는 1시간 동안 비가 오다 그치기를 3∼4번이나 반복했다.

당초부터 비 올 확률이 80%였기에 미리 받아둔 '예비불씨'로 성화봉에 불을 붙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오전부터 날씨가 맑아져 오목거울을 이용해 태양 빛으로 점화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날 정오(현지시간) 오륜기 게양을 시작으로 채화식이 진행되면서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한국인들의 애를 태웠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경기장에는 의자를 배치하지 않아 모두 자리에 선 상태에서 채화식을 지켜봤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에프티미오스 코트자스 올림피아 시장,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은 차례로 연단에 올라 성화 채화의 의미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들은 올림픽 정신 중에서도 '평화'를 강조했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이들과 이 총리 등 VIP 관계자들만 걸어서 5분 거리인 헤라신전으로 들어갔다.

이때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고, 대제사장은 헤라여신에게 기도하며 전날 받아둔 '예비불씨'로 성화봉에 불을 붙였다.

앞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성화 채화식 때도 날씨 때문에 태양 빛을 모아 점화하지 못했다.

이 총리 등이 다시 올림피아경기장으로 돌아오는 짧은 시간 동안 순식간에 먹구름이 그치고, 뜨거울 정도로 강렬한 햇빛이 비쳤다.

곧이어 여사제 10여 명이 헤라신전에서 올림피아경기장으로 이동해 의식을 진행했고, 대제사장이 아폴론 신에게 기도하며 재차 '예비불씨'로 성화봉에 불을 붙이는 의식을 했다.

대제사장은 성화봉과 올리브 나뭇가지를 첫 번째 봉송 주자인 그리스 크로스컨트리 스키선수 아포스톨로스 앙겔리스에게 넘겼다. 이때부터 다시 비가 내렸다.

앙겔리스는 이날 낮 12시 50분 뛰기 시작해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기념비까지 달렸다. 그리고 12시 56분께 한국인 첫 봉송 주자인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박지성 선수에게 넘겼다.

성화는 그리스 현지에서 7일간 진행되는 봉송 행사를 거쳐 11월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대회 개막일인 내년 2월 9일까지 7천500명의 주자와 함께 101일 동안 전국 2천18㎞를 누빈다.

올림피아경기장에서 채화식을 지켜본 그리스 교민 안명자(62) 씨는 "한인회에서 버스를 빌려 새벽부터 출발해 경기장에 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고, 김데레사(59) 씨는 "정말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