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우파 총리 후보, 극우와 연정구성 공식 협상

입력 2017-10-24 18:23
오스트리아 우파 총리 후보, 극우와 연정구성 공식 협상

쿠르츠 "자유당 연정 협상에 초대…플랜B는 군소정당과 연합"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국민당이 결국 극우 자유당과 손잡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총리 후보인 제바스티안 쿠르츠(31) 국민당 대표는 24일(현지시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당과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를 연정 협상에 초청했다"며 두 정당의 연립 정부 구성 협상을 공식화했다.

두 정당의 연립 정부 구성이 성사되면 2000년 두 정당이 연정을 꾸리면서 촉발된 연정 파동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당시 반대 시위가 계속됐고 이스라엘은 대사를 소환하는 등 외교적 논란이 불거졌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이 22일 쿠르츠에게 연정 구성을 위임하면서 "유럽의 가치를 지켜달라"며 자유당을 연정에서 배제하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쿠르츠는 자유당을 첫 협상 파트너로 골랐다.

이달 15일 치른 총선에서 국민당은 62석을 차지하며 11년만에 제1당이 됐다.

총선 전까지 제1당이었던 사민당은 52석으로 제2당이 됐고 극우 자유당은 51석을 차지했다.

연정을 안정적으로 꾸리려면 전체 하원 183석 중 최소 과반인 92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국민당과 사민당의 연정이 깨지면서 치르게 된 선거라 두 정당이 다시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높지 않았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이 나서고 유대인 커뮤니티는 쿠르츠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극우 자유당의 연정 배제를 압박했지만 쿠르츠는 '적'이 된 사민당보다 자유당을 먼저 택했다.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는 선거가 끝난 뒤 자유당이 내무부를 차지하는 게 연정 협상의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내무부는 치안과 국경 수비 등을 담당한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창당한 자유당은 이번 선거에서 반난민, 반무슬림 이슈를 주도하면서 의석수를 늘렸다.

자유당이 내무부 장관을 갖게 되면 난민과 무슬림에 대한 무차별 경찰 단속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쿠르츠는 "자유당과 연정 협상이 불발된다면 소수 정당과 협상을 하는 게 플랜B다"라며 사민당과 연정 가능성은 거듭 배제했다.

이번 선거에서 세 정당 외에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급진 정당인 네오스(10석), PILZ(8석) 뿐이다. 국민당과 네오스, PILZ 세 정당의 의석수를 합해도 과반이 안 돼 불안정한 연정이 될 수 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