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맘껏 풀거라" 교장실 앞에 들어선 탁구대
오송고 김흥준 교장, 5층 학교 건물 8곳에 탁구대 설치
행사 인사말 학생 대표가 먼저…탈권위 행보에 활기 넘쳐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한 고등학교 교장의 학생 사랑과 학생들을 향한 탈권위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3월 청주 오송고의 공모 교장으로 부임한 김흥준(55) 교장.
김 교장의 집무실 입구에는 탁구대가 놓여 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거리낌 없이 이곳에서 탁구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푼다.
학생들이 힘껏 스매싱한 탁구공은 늘 문이 열려 있는 교장실 안으로 굴러들어오기 일쑤다. 김 교장은 요란한 탁구공 소리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싫은 얼굴을 하기는커녕 탁구공을 쉽게 찾으라고 교장실 소파 밑의 틈을 막아놨다.
이 탁구대는 사용되지 않고 강당 창고에 있던 것이다. 김 교장이 부임 후 교사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까 싶어 창고에서 꺼내 설치한 탁구대는 이내 학생들이 차지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사비로 탁구 라켓을 장만해 탁구대에 몰리자 창고에 있던 탁구대 2대를 마저 꺼내 다른 장소에 설치한 데 이어 5대를 추가로 사들여 3학년 교실을 제외한 5층짜리 학교 건물 내부 휴게공간 곳곳에 뒀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면 탁구대 주변은 학생과 교직원이 왁자지껄 어울리는 공간으로 변한다. 오송고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3학년까지 참여하는 사제 탁구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김 교장은 "시끄럽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던 교사들도 아이들과 함께 탁구를 하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김 교장의 학교 운영 철학은 이뿐만이 아니다. 매일 등교 시간에 정문에서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체육대회, 축제 등 모든 행사의 첫 인사말은 학생회장에게 맡긴다.
김 교장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 대표가 교장, 학교운영위원장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게 맞다"며 "행사 진행도 아이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지난 9월 부임한 박대우 교감을 강당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소개한 것도 학생회다.
오송고는 최근 학교 건물 외부에 '사람다움을 먼저 배웁니다'라는 구절의 대형 캘리그래피를 내걸었다. 김 교장이 가르치는 교사 입장이 아니라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 만든 글귀다.
김 교장은 충북도교육청에서 교육전문직으로 학교폭력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하면서 학생 중심의 학교문화 조성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교과교실제 관련 선진 시설을 자랑하는 오송고 교직원·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높다.
2016년 교육부 조사에서 만족도가 87%로 도내 자율형 공립고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17학년도 대입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신흥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교장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이라며 "학생들이 웃고 행복해하는 학교와 학교 공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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