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인삼축제에 직원 300여명 동원해 '서빙·설거지'
노조 "재발 막기 위해 시에 재공문 보낼 것"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대학생일 때나 하던 서빙지원을 이 나이에 하려니 생각만으로도 벌써 삭신이 쑤시네요."
경기도 파주시공무원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지난달 파주시에 '축제 및 행사에 부당한 직원 동원 금지 요청'을 했지만, 지난 주말 임진각에서 연 개성인삼축제에 일부 직원들이 강제동원돼 논란이다.
25일 파주시에 따르면 지난 21∼22일 임진각 주차장에서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가 열었다.
노조는 시에 보낸 공문에서 "9월 이후 각종 축제와 행사가 계속해 계획돼 있다"면서 "그동안 조합원이 부당하게 각종 축제와 행사에 동원돼 조합원의 근무여건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개성인삼축제와 장단콩축제는 식당운영자의 사익을 추구하는데 공무를 수행하는 조합원을 식당 설치, 운영, 철거에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직원 동원에 대한 시정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축제에 62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려 55억원 상당의 인삼과 농특산물이 팔렸다고 언론 홍보자료까지 내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시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의사와 달리 일부 읍면동과 본청 직원들을 강제동원했다.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런 직원 동원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노조원은 자유게시판에 "당장 이번 주에 인삼축제가 시작이네요, 대학생일 때나 하던 서빙지원을 이 나이에 하려니 생각만으로도 벌써 삭신이 쑤시네요"라며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행사장에서 서빙에 동원됐음을 알렸다.
또 다른 직원들은 "아놔…또 밥 한 그릇 눈치 보면서 먹게 생겼네요.", "저희도 나가요…. ㅠㅠ 조짜서…장단콩 축제 때는 제발….", "저희는 설치, 철거, 운반, 서빙, 설거지 다 합니다~"라는 댓글들이 올라와 있다.
실제로 이렇게 동원된 대부분의 직원은 각 읍면동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식당의 몽골 텐트 설치와 철거, 또는 음식 서빙, 설거지 등 보조역할을 했다.
직원 10여 명을 행사에 동원한 A 면장은 "공적인 일에 직원들이 함께한 것이 뭐가 문제가 있느냐, 내가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노조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한 직원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축제하면서 시설물 설치 등은 용역사 등에 맡기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는 A 면장 같은 사람 때문에 많은 읍면동장들이 욕을 먹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 중에는 야근, 주말에는 끝내지 못한 업무 등으로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축제 동원은 너무 힘들다"면서 "행사에 동원돼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는 하지 못할망정 동원된 것을 당연한 것처럼 정당화시키는 간부는 자격 미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주시에서는 이번 축제 기간 읍면동별 새마을 부녀회에 음식점 운영을 요청해 17개 읍면동 중 13곳이 참가했으며 음식점을 포함해 행사에 동원된 직원들은 310명으로 집계됐다.
시 관계자는 "노조의 제안으로 예년 같은 강제성 동원은 없었다"면서 "일부 읍면동에서 부녀회와의 관계 때문에 직원들이 축제장에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덕천 노조 위원장은 "집행부 회의를 열고, 당장 이번 주 열리는 감악산 단풍 맞이 축제와 다음 달 열리는 장단콩축제에 직원들이 강제 동원되지 않도록 집행부인 시에 재공문을 보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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