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 없습니다"…잇단 비위·일탈에 고개숙인 청주시 간부들
"청주에 누 끼칠 땐 자진 사퇴·연대책임" 청렴실천 서약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비위 등으로 청주시에 누를 끼를 경우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약속합니다"
24일 오후 3시 '공직기강 확립 청렴 실천 서약서' 발표가 예정된 청주시청 브리핑룸으로 실·국장과 소장, 구청장 등 3∼4급 간부 공무원 16명이 모였다.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청주시 공무원들의 비위·일탈 행위로 자괴감이 든 탓인지 이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한 간부 공무원은 "청주시 공무원인 게 부끄러워 거리를 다니면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공직기강 확립 청렴 실천 서약'을 발표했다.
공무원 비위가 다시 발생하면 스스로 엄중한 처벌을 받겠다고 85만 청주시민에게 약속했다.
이들의 서약 발표는 최근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뒤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 입건된 이중훈 상당구청장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 구청장 사건 말고도 올해 들어 청주시 공무원들의 비위·일탈 행위가 꼬리를 물었다.
뇌물 수수에 여성 몰카 촬영, 심지어 보도방 운영까지 죄질도 극히 불량한 것 투성이였다.
지난 4월 건축업자로부터 1천5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40대 공무원이 구속됐고, 6월에는 또 다른 공무원이 시청 사무실에서 집기를 내던지고 간부 공무원을 폭행했다가 파면됐다. 폭행을 당한 간부 공무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7월에는 공무상 출장 처리를 한 뒤 전북 전주에서 동료 공무원들과 술자리를 한 간부 공무원 3명이 적발됐고, 8월에는 상가 건물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30대 공무원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2∼9월 속칭 '보도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 30대 공무원이 경찰 수사를 받다가 이달 들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구청장은 지난 20일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수차례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공권력을 무시하다가 오히려 화를 키웠다.
반재홍 경제투자실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은 서약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음주운전, 성희롱, 성폭력 등 비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비위행위가 발생하면 상응하는 연대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청주시도 비위·일탈 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이런 행위가 발생하면 일벌백계하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간부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재발 방지를 다짐한 것이 청주시 공무원들의 부패·비리 관행을 끊어내고 청렴한 공직풍토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느슨해진 공직기강을 바로 잡는 것은 말로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충북도당도 이날 성명을 내 "청주시와 시정 책임자는 공직기강 혁신을 위해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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