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정원' 문근영 "오랜 고민의 답을 찾아 마음이 편해졌어요"

입력 2017-10-24 14:10
수정 2017-10-24 20:35
'유리정원' 문근영 "오랜 고민의 답을 찾아 마음이 편해졌어요"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문근영(30)은 조막만 한 이목구비에 앳돼 보이는 외모를 지녔지만, 올해 나이 만 서른 살, 데뷔 18년 차의 베테랑 배우다.

영화 '유리정원'의 주연을 맡은 그를 개봉 하루 전인 2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문근영은 인터뷰 내내 자기 생각을 조곤조곤하게 말하면서도, 때로 장난기 어린 표정과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유리정원'은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홀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과 그녀를 훔쳐보며 그녀의 삶을 소설에 담는 무명작가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영화다.

문근영은 주인공 재연 역을 맡아 영화 '사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출연했다. "저는 항상 재밌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요. 이 작품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재연이가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고, 직감적으로 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근영은 이 영화에서 순수함의 상징이다. 세상은 그를 이용하려고만 하고, 상처를 준다. 그래서 "순수한 것은 오염되기 쉽다" "나무들은 가지를 뻗을 때 다치지 않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지만, 사람들은 안 그래요"라고 항변한다.

문근영은 "처음에는 상처만 담은, 아프기만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다시 영화를 보니까 저를 위로해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따뜻하고 말없이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문근영은 재연처럼 가끔 자신만의 유리정원으로 숨어들기도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항상 그래요. 집에서 조용히 풀어내거나 가라앉아있는 편이에요. 그럴 땐 아무도 안 만나죠."

그는 "사람들과 지내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상처를 주거나 혹은 받는 것이 너무 견디기 어렵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의무나 책임으로는 다할 수 없는, 그런 섭섭한 감정이 있잖아요. 아무리 오래 사회생활을 해도 그런 감정이 쉽게 무뎌지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만 모른 척하거나 아닌 척할 뿐이죠."

문근영은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했다. 불과 12살 때였다. 이후 2000년 방송된 '가을동화'에서 송혜교 아역으로 출연해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어 영화 '장화, 홍련'(2003), '어린 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고, TV드라마 '바람의 화원'으로 2008년 SBS 연기대상을 받기도 했다.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문근영은 "그런 수식어가 이제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면서 "대신 매일 하루하루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했던 고민의 답을 약간은 찾았거든요. 좀 더 멀리 보면 이 역시 그런 고민의 과정이겠지만요. 무슨 고민이냐고요? 사람으로서 배우로서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은 '어떻게'라는 부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둬서 '잘 살아야지' '멋지게 살아야지'하며 집착 아닌 집착을 했죠. 이제는 '어떻게' 보다는 '그냥 살아가야지'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고요."

그래도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한 듯했다. 문근영은 "예전에는 아무런 인지 없이 연기했었는데, 이제는 제가 하는 연기, 목소리, 말투, 표정, 눈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인지하기 시작하니까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문근영은 올해 힘든 시기를 거쳤다. 지난 2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출연 중에 급성구획증후군으로 수술을 받아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문근영은 "원래 건강한 편이고, 크게 아파본 적도 없었는데, 예기치 못하게 병원 신세를 지면서 무척 괴로웠다"면서 "지금은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나았다"며 활짝 웃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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