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日 시중은행 과당 경쟁으로 저수익 체질 고착화"
은행과잉 상태에 초저금리 영향, 구미에 경쟁력 밀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시중은행이 저수익 체질 고착화로 과당경쟁 상태에 빠졌다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진단이 나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BOJ는 23일 '금융시스템리포트'에서 일본 시중은행의 열악한 수익환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일본 시중은행은 2013년 이후 시행된 금융완화정책의 영향으로 융자나 증권 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부진한 상황이다. 수익력은 구미 은행들에 비해 크게 약하다.
특히 수수료 등 비금리 수입이 취약하다. 중소금융기관 한 점포당 비금리수입은 미국 금융기관의 40%, 유럽의 20% 미만 수준이라고 한다.
BOJ는 제도 문제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구미에서는 계좌를 유지하는 수수료가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매기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예금 관련 수수료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한 결과, 금융기관의 대출경쟁은 격하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에 의한 초저금리 환경 지속으로 예대마진은 더 축소돼 금리수익도 줄고 있다.
과당경쟁의 배경에 점포 밀집도 있다. 일본은 가능주거지면적 1만㎢당 금융기관점포가 우체국을 포함해 4천833개로 오버뱅킹(은행과잉) 상태라는 독일의 3배 수준이다.
인구나 기업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과잉감은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 금융기관 경쟁이 과도하게 심한 상황이 계속되면 금융기관의 경영이 불안정화하는 리스크가 있다.
특히 경쟁이 심한 지방은행에서는 손실을 흡수하는 여력이 손상되면 금융시스템 전체로 리스크가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을 해야 하지만 이해가 충돌해 늦어지고 있다.
BOJ의 대응책이 어정쩡하고 금융청 등 금융기관 경영에 관여하는 당국의 움직임에도 엇박자를 내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그랜드 디자인'을 논의해야 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저수익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과당경쟁은 "합병이나 제휴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선택 사항"이라고 하지만 후쿠오카금융그룹과 18(十八)은행 통합계획이 지연되는 등 이해관계 충돌로 쉽지 않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BOJ는 리포트에서 앞으로 5년 뒤 지역은행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예상이 2010년께 1% 정도에서 현재는 5% 정도까지 계속 상승하는 그래프를 게재하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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