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관예우 근절…미등록 대기업·로펌 직원 접촉 전면금지
한국판 로비스트법…57개 대기업과 28개 로펌 대상
준칙 위반하면 1년간 모든 접촉 금지…내년 1월부터 시행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사전에 등록된 대기업·로펌 관계자만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을 만날 수 있도록 한 한국판 로비스트법이 나왔다.
대기업이나 로펌으로 이직한 공정위 퇴직자 등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높은 규제·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공정위는 정부기관 최초로 이 같은 내용의 '외부인 출입·접촉 관리 방안 및 윤리 준칙'을 도입해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달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을 통해 직무 관련자 사적접촉 금지 등을 발표했지만 조직 내부 규율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 실효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위에 대기업·로펌 관계자들이 수시로 드나들지만 보안목적 관리 외에 별다른 조치가 없어 우회적인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은 공정위를 출입·접촉하는 이해관계자 관리에 방점을 두고 마련됐다.
대책에는 공정위 직원을 방문·면담하려면 소속·직위 등 인적사항과 주요 업무 내역을 양식에 따라 등록하고 6개월마다 갱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등록 대상은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회계사 등 법률전문 조력자 중 공정위 사건을 담당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 광장·세종·화우 등 28개 법인이 해당된다.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57개 대기업에서 공정위 관련 대관 업무를 하는 담당자와 등록요건 대상 로펌·대기업에서 공정위 관련 업무를 하는 공정위 퇴직자도 등록 대상이다.
등록 대상 외부인은 공정위 직원을 만날 때 사건 처리 방향 변경 등 사건 수임 관련 부정한 청탁이 금지된다.
공정위 직원에게서 조사계획을 입수하는 등 비밀을 수집해서는 안 되며 사전 약속된 직원 외에 다른 직원을 만날 수도 없다.
부정청탁금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에서 정한 음식물, 주류 접대, 선물·편의 등 제공도 금지된다.
공정위 직원은 등록된 대기업·로펌 직원과 사무실에서 만날 때는 상세한 면담 내용을 5일 이내에 감사담당관실에 보고해야 한다.
사무실 외 만남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부득이한 경우에는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사무실 밖에서 만날 수 있지만 방문 면담 때와 마찬가지로 상세 내역을 감사담당관실에 보고해야 한다.
경조사, 토론회·세미나·교육프로그램 등 사회 상규상 허용되는 범위 접촉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보고 의무도 면제하기로 했다.
등록대상이 아닌 대기업·로펌 직원은 사무실내외 만남이 모두 허용되며 서면 보고 대상도 아니다.
등록요건에 해당됨에도 등록을 하지 않은 외부인과는 사무실 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접촉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피심인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전원회의(소회의) 참석, 진술 조사 등을 위한 공정위 출입은 허용된다.
부정청탁 금지 등 윤리 준칙을 지키지 않은 등록자는 공정위 간부·직원과 접촉이 1년간 금지된다.
공정위는 관련 세부 내용을 담은 '외부인 출입 관리 등 운영 규정을 연내 마련해 내년 1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또 운영 규정 제정 과정에서 민원인이 불합리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이해관계자 의견을 적극 수렴·반영하기로 했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부정행위 음성화와 규제 강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공정위 자율 노력의 일환"이라며 "사건처리 과정에서 외부인 부당한 영향력 행사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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