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 공론화 논의는 사기극? 숙의토론?…의견분분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권고안을 낸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은 숙의 민주주의를 가장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공론화위원회 참여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시작부터 불공평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재개 권고안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지 사흘 만에 개최된 환경단체 긴급 토론회에서 공론화위원회 성격에 대한 참석자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23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부산시민운동본부가 부산 동구 YWCA 회의실에서 주최한 긴급 토론회 말미에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갑상샘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이진섭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씨는 "이번 공론화위원회에 3박 4일 동안 참여했지만, 발언 기회는 단 2분이었다"며 "원전으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배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세규 기장해수담수반대주민대책위 전 집행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권고 과정에서 해당 주민의 수용 문제는 빠져 공론화 과정 자체가 꼼수였다고 본다"며 "원전 인근 바닷물을 걸러 수돗물로 만드는 기장 담수화 문제는 해당 주민이 안전성 문제로 반대했기 때문에 아직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 관계자, 교수 등으로 구성된 토론 패널 중 상당수는 공론화위원회의 구성과 진행과정에서 원전 찬성세력에 전반적으로 유리한 지형이 펼쳐졌지만, 공론화 논의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는 의견을 표했다.
김좌관 가톨릭대 교수는 "공론화를 통해 원전 공사재개 결정이 났지만, 원전 축소라는 큰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연민 울산대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는 원전 10개가 몰려 있는 부산·울산·경남 주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위험한 결정"이라며 "안전성을 위한 감시기구나 주변 단층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후속 대응을 촉구했다.
김유창 동의대 교수는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50%가 서울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것은 다시 한 번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공론화 논의는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몰아붙이는 학계, 관련 기관 등 원전 찬성 진영의 공세에 밀렸고,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특정 언론의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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