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브 마노비치 "한국 콘텐츠산업 SW 부족…스타트업 키워야"

입력 2017-10-23 13:07
수정 2017-10-23 13:59
레브 마노비치 "한국 콘텐츠산업 SW 부족…스타트업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한국 콘텐츠산업은 충분한 인재가 있고 경험도 많지만, 소프트웨어는 조금 부족하다고 봅니다."

미디어이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레브 마노비치 뉴욕시립대 교수는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넥스트 콘텐츠 콘퍼런스 2017'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콘텐츠산업은 TV드라마, 음악, 영화, 패션, 산업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K팝 등 한국 콘텐츠가 2009년부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국 콘텐츠산업의 성공도 있지만 글로벌 플랫폼의 성장과도 맞물려 있다"며 "삼성, LG 등을 보면 한국의 독자적인 소프트웨어가 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북, 구글 플랫폼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노비치는 교수는 "세계적으로 보면 실험적인 방향으로 가면서 스타트업(신생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있고, 스타트업을 키우는 게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도 이제는 기술 분야뿐 아니라 창조적인 분야에서도 스타트업을 많이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은 소프트웨어나 교육 분야에서 새로운 세대를 보다 글로벌하게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디자인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함께 배우고 3~4개 언어도 배우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세계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독주가 장기간 지속된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마노비치 교수는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은 현재 매우 중요한 플랫폼이지만,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라며 "우세한 플랫폼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우월한 플랫폼은 아니다. 미디어산업의 역사는 창조적 파괴의 역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인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기술의 물결에서 무엇이 더 우월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기업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새로운 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마노비치 교수는 "그런 문제에 대해 두려움 갖지 않기 위해선 창조적인 산업 분야에 대해 새로운 교육을 해야 한다"며 "공동학위제도 등을 통해 디자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AI 등을 함께 공부한 새로운 세대의 창작자들은 AI로 인한 고용불안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어떤 부분은 AI가 담당하고 어떤 부분은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 나은지를 판단해서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AI가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문화산업이나 문화상품의 획일성을 극복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19세기 이후 문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전락한 것은 안타깝다. AI가 문화를 덜 상업화시키고 효용성에 치중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AI를 통해 소셜미디어의 1대1 커뮤니케이션처럼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문화산업에서 탈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내가 보는 영화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노비치 교수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미술, 건축,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뉴욕으로 이주해 뉴욕대에서 인지과학 석사, 로체스터대에서 시각과 문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컴퓨터 미디어 분야에서 애니메이터,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로 활약해 왔으며, 대표 저작 '뉴미디어의 언어'(2001)로 마셜 맥루한 이후 가장 광범위하고 예리하게 미디어 역사를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넥스트 콘텐츠 콘퍼런스 2017'는 '미래,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23~24일 코엑스에서 열린다. 마노비치 교수는 첫날 '미디어 환경의 변화, 새로운 플랫폼 등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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