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 수리온 개발비 373억 KAI에 줘야"…감사결과 뒤집어
"KAI 원가에 다른 업체 투자금 등 반영…합의에 근거해 적법"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54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와 배치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윤성식 부장판사)는 KAI가 국가를 상대로 수리온 개발에 들어간 투자금 등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KAI가 21개 협력업체에 대한 '개발투자금 보상금'을 자신의 재료비에 산입하는 방식 등으로 관리비와 이윤을 받은 행위는 '개발투자금 보상에 관한 합의'와 '기술이전비 보상에 관한 합의' 등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가 KAI에 지급을 거절한 금액 등 총 373억689만여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KAI가 사업 리스크를 감수하며 중개 역할을 한 만큼 다른 업체의 개발투자금과 기술이전비를 KAI의 원가 계산서에 포함해 관리비를 받는 것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2006년 5월 방위사업청은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KAI 등 23개 국내외 업체와 기술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체계개발 단계에서는 개발비와 기술이전비를 일부만 주되, 미지급 금액에 대해서는 양산단계에서 일정 금액을 더해 '개발투자금·기술이전비 보상금'으로 주기로 했다.
이 사업에서 KAI는 기술개발을 총괄하며 방사청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나머지 업체에 전달해주는 '중개 역할'을 맡았다.
감사원은 2015년 10월 수리온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KAI가 다른 업체의 개발투자금을 마치 KAI가 투자한 것처럼 원가 계산서를 꾸미고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방사청으로부터 총 547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고 밝혔다.
당시 KAI는 "수리온 개발 관련 투자금과 기술이전비는 방사청과 KAI가 체결한 합의서와 원가 계산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적법하고 투명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가는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KAI가 가져간 부당이득을 환수한다는 이유에서 대금을 주지 않았고, KAI는 작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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