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곳곳에 북한산 기념탑·동상·건축물…유엔 조사"
CNN 현지르포 "불법거래 계속…국제사회 압박 강화에도 '모르쇠'"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1. 아프리카 대륙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는 '국립영웅묘지'(National Heroes Acre)가 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첨탑 아래의 한 무명용사는 한 손에 소총을, 다른 손엔 구소련 시절의 수류탄을 던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어딘가 낯익은 이 공산주의 스타일의 기념물은 북한 기업이 만든 것이다.
#2.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는 약 40m 높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탑'이 있다.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닮은 이 기념탑은 세네갈의 자유영웅과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조형물이다.
미국 방송 CNN은 22일(현지시간) 현지 르포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북한과의 밀접한 관계를 심층 조명했다.
나미비아, 앙골라, 세네갈 등 여러 아프리카 국가는 1960년대부터 북한과 '조용히' 거래를 지속해왔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자신을 스스로 세계 공산주의의 진정한 지도자로 보았고, 각국의 혁명을 촉진하기 위해 돈과 무기, 군사 전문가 등을 지원했다.
미 하버드 케네디스쿨 존 박 선임연구원은 "아프리카에서 김일성의 유산은 그의 아들인 김평일에게서도 지속했다"며 "아프리카에서 북한의 군사적 역할은 김씨 일가 그 자체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군 장교이자 무기 거래업자인 김평일은 김정일의 이복동생으로 한때 그의 잠재적 위협으로도 불렸던 인물이다.
그러나 지지자이자 자금줄이었던 소련이 무너지자 북한은 각국에서 사업 운영을 강화, 이념보다는 업무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고 미 전략연구소 '스트랫포' 부사장 로저 베이커는 설명했다.
기념탑과 동상, 탄약공장 등은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활발하게 벌였던 사업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은 앙골라, 베냉, 보츠와나,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등 13개국에서 건설 사업을 해왔다.
이러한 관계도 점차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에 가까워지면서 미국과 유엔은 북한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유엔은 많은 거래가 북한의 국영 기업인 만수대개발회사와 맺은 것이며, 이는 북한 정권의 현금창출원이 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조정관인 휴 그리피스는 CNN에 "이 돈은 실로 엄청나다"며 "만수대그룹이 아프리카 유엔 가입국의 최소 14개국에서 탄약공장에서부터 대통령궁, 아파트단지 등 이 대형 건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수대개발회사가 아프리카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고 그는 전했다. 이 회사의 동상 사업은 작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이 됐다.
그리피스는 또 나미비아에 있는 북한 기업이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KOMID는 북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장비, 재래식 무기를 수출하는 주요 통로로 알려졌으며, 유엔안보리는 이를 2009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발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나미비아는 북한 노동자들, 국영 기업과 탄약 제조 공장 계약을 맺었다. 이는 명백한 유엔 제재 위반이다.
나미비아 정부 측은 과거 북한과의 거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유엔 대북제재 이후 모든 거래를 중단하고 제재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미비아 곳곳에 있는 만수대개발회사 사업장은 2004년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CNN 취재 결과 여전히 북한 기업이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북한 경영진이 현지에서 활동했다고 인근 주민 등을 인용해 CNN은 전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 발간된 유엔 보고서는 모잠비크와 탄자니아에서 지대공미사일시스템을 다시 짓고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네톰보 난디 다잇와 나미비아 부총리는 북한과 관계에 대한 보고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리피스는 "언론 보도로는 충분치 않다"며 "유엔 패널의 구체적인 질의에 나미비아가 1년 이상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엔 패널 보고서는 나미비아 외에도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탄자니아, 앙골라 등도 유엔 패널의 구체적인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존 박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은 각국 정부가 이처럼 솔직하지 않고 질질 끌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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