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내 이란 세력확장 견제…시아파 민병대 철수 요구
美국무, 사우디 방문해 강조…유럽기업들에 이란혁명수비대 제재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중동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철수를 강조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그러한 민병대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라크 내 모든 외국군은 철수해야 하며, 이슬람국가(IS)에 빼앗겼다가 해방된 땅을 이라크인들이 다시 통제하고, 이웃 국가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군이 지원한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이 시리아 락까에서 IS를 몰아내고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한 지 며칠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군은 이라크에서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며 IS 격퇴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도 이라크 정부군과 함께 IS와 싸우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나아가 각국이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와의 관계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까지 경고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달 초 이를 테러단체 명단에 추가해 이란과의 심각한 갈등을 초래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과 사우디) 양국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사업을 수행하는 그 누구든 정말 위험한 일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라크 내 불안정을 조정하고 파괴를 일삼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막기 위해 미국이 가하는 제재에 유럽 회사와 국가, 전 세계 어떤 나라든 동참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는 여러 측면에서 이라크 내 존재하는 이란의 비생산적인 영향력에 대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 주도 '시아파 벨트'의 핵심국인 이라크 내에서 이란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의 우방이자 이란과 반목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 역시 이란을 견제하고자 이라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 살만 국왕과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사우디에서 양국의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 틸러슨 장관이 참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날 회동에서 사우디는 물론 이라크도 미국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살만 국왕은 "우리는 일대에서 테러리즘과 우리 국가들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여러 시도, 극단주의 형태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우리 형제국인 이라크의 단합과 안정을 위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도 "우리 두 형제국의 관계가 번영하는데 기쁨을 표한다"며 "우리는 과거로부터 나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란은 크게 반발했다.
이란 INSA 뉴스 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안타깝게도 실수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고 과거 반(反)이란의 길에서 벗어나려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사우디 방문을 마치고 사우디 등 4개국과 수개월째 단교 중인 카타르를 방문했다.
그는 카타르에서 사우디 살만 국왕에게 대화에 나서도록 이야기를 해봤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