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종목' 하키의 추락…남자 亞선수권 4위로 월드컵 좌절

입력 2017-10-23 09:01
'기적의 종목' 하키의 추락…남자 亞선수권 4위로 월드컵 좌절

2회 연속 우승한 아시아선수권대회 4위로 마감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열악한 기반 속에서도 한때 아시아를 호령하고 올림픽 은메달까지 얻어냈던 한국 남자 하키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그치며, 월드컵 출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

남자 하키 대표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린 2017 남자 하키 아시아선수권대회 3·4위전에서 파키스탄에 3-6으로 패했다.

8개국이 겨룬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오만과 중국을 이기고 말레이시아에 지면서 2승 1패 조 2위로 4강 풀리그에 진출한 후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에 모두 1-1로 비기면서 3·4위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지난 두 대회인 2009년과 2013년 모두 정상에 올랐다.

1994년, 1999년 대회를 포함해 모두 4차례 정상에 오른 최다 우승국이다.

4위의 성적은 우리나라가 1985년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거둔 최악의 성적이다.

이번 대회의 부진으로 내년 인도에서 열리는 남자 하키 월드컵 출전도 좌절됐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월드리그 3라운드에서 조별 리그 4전 전패 후 9·10위에서 스코틀랜드를 이겨 9위로 대회를 마치면서 이 대회에 걸려있던 월드컵 출전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 월드컵행 막차를 탈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무산된 것이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1994년 이후 6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아왔다.

그동안 하키는 '기적의 종목'으로 불려왔다.

역사도 짧고 남자 실업팀도 5개에 불과할 정도로 기반도 얕은 데다 관심도,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열악환 환경이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자 은메달을 딸 정도로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여자 하키도 1988년 서울올림픽, 1992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구기종목 가운데 단연 높은 경쟁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위상이 추락해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는 남자부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고, 여자는 1무4패 최하위에 그쳤다.

아이스하키에 밀려 '필드하키'라는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인지도는 더 낮아졌고, 한때 비슷한 처지였던 핸드볼을 부러워하는 상황이 됐다.

그나마 여자 하키는 지난 7월 월드리그에서 4위를 차지하며 4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성적 부진 속에 분위기마저 어수선하다.

남자 하키의 경우 지난 월드리그 3라운드 이후 김영귀 전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돌연 해임됐고, 이들은 부당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해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상태다.

노동분쟁이 아직 진행 중이다 보니 새 감독을 선임할 수도 없어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선수 소집과 훈련에도 차질을 빚었다.

대한하키협회는 대회를 앞두고 김윤동 김해시청 감독에 임시로 대표팀을 맡겼으나 손발을 맞출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초라한 성적표를 갖고 돌아오게 됐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