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북풍몰이' 전략 먹혔다…야권분열 틈타 총선 '압승'

입력 2017-10-22 20:28
수정 2017-10-22 20:58
日아베, '북풍몰이' 전략 먹혔다…야권분열 틈타 총선 '압승'

아베 '기습 해산' 적중…자민당, 유세장마다 北위기설 부각

고이케 신당 '배제의 정치'에 유권자 냉담…反아베 표 분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자민당이 22일 투개표가 실시된 일본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야권의 분열과 이를 틈탄 자민당의 '북풍(北風) 몰이' 전략이 있다.

야권이 뭉치지 못하며 표가 분산될 상황에서 틈만 나면 북한의 도발 상황을 얘기하며 안정을 위해 정권을 연장해달라고 외치는 자민당의 호소가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 야권이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북풍몰이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승부수가 적중한 것이다.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온 제1야당 민진당은 자신을 부정하며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신당 '희망의 당'에 백기(白旗) 투항하면서까지 야권 통합에 힘을 썼으나 효과가 크지 않았다.

고이케 지사는 리버럴(자유주의)계를 공천하지 않는 '배제의 정치'를 폈고, 이로 인해 야권은 희망의 당과 리버럴계가 만든 입헌민주당, 무소속파 등으로 갈렸다. 이 틈에 반아베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돼 자민당 후보가 쉬운 싸움을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전국 289개의 소선거구 가운데 80%에 달하는 226개 선거구가 여당 후보는 1명이지만 무소속 후보와 야당 계열 후보는 2명 이상인 '야권 분열형' 선거구였다.

선거전 초반 과반의석을 얻어 단독으로 정권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던 고이케 지사는 오만과 전략 부재로 참패했다.

사실상 스스로 해체를 선언하고 희망의 당에 합류한 민진당에 고이케 지사는 개헌을 지지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우익 성향만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며 민진당의 리버럴계와 간 나오토(菅直人)·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등 거물 정치인을 배제했다.





개혁 이미지를 높이고 우익 유권자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지만 포용이 아닌 배제의 정치를 펼치는 오만함이 드러나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고이케 지사가 이번 선거에 직접 출마하지 않은 채 당 차원의 총리 후보를 내세우지 않은 것은 전략의 실패로 꼽힌다.

중의원 선거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총리를 선출하는 자리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는 정치적인 계산에 골몰하다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스스로 총리 후보가 되는 것을 포기한 데다 총리 후보도 지명하지 않아 유권자들의 실망을 낳았다.

리버럴계는 입헌민주당을 급히 만들어 불과 20일 만에 선거를 치르며 예상 밖으로 선전했으나, 자민당을 위협할 정도의 결과를 얻기에는 창당 뒤 투표까지 걸린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러는 사이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전면에 내세우는 북풍 몰이 전략에 힘을 쏟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5일 중의원 해산 방침을 처음 공식화하는 자리에서 해산의 성격을 '국난돌파 해산'이라고 규정하면서 극복해야 할 국난으로 저출산 문제와 북한 위기를 들었다. 또 선거의 명분으로 소비세 인상분의 사용처 변경에 대한 평가를 받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당초 제시한 이슈 중 자민당이 강조한 것은 북한 위기뿐이었다. 안보 위기를 강조해 유권자들을 불안하게 하면서 안정을 위해 여당에 투표하자는 여론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펼쳐왔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자민당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가는 유세장마다 호소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북풍이 사학 스캔들이나 소비세 인상 같은 여권에 불리한 이슈를 집어삼켰고,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자민당'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아베 총리는 대북 강경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피했다. 평화헌법 개정 야욕만 해도 선거 중반 이후 압승 예상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입 밖에 좀처럼 꺼내지 않았을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북한의 반복되는 핵과 미사일 도발은 사실 이번 국회 해산과 총선을 가능하게 했던 동력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한때 사학스캔들로 20%대까지 떨어졌던 내각 지지율이 북한 도발로 인해 50% 이상대로 올라서자 전격적으로 국회 해산을 카드를 던졌다.

내각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고이케 지사가 전국 정당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민진당이 지지부진한 지금이 총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뜻밖에 내각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그 외 나머지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잠시 고이케 바람이 불긴 했지만, 야권은 우왕좌왕하면서 짧은 준비 기간 끝에 선거를 치렀고, 아베 내각이 싫은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준비 안 된 야당이 아닌 자민당에 표를 던졌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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