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비리 자체감찰…금감원 '제식구감싸기'의혹차단 고심
금감원, 지난주말 은행권 감사 소집해 지시…"감찰결과 보고 후속조치"
'특혜채용 지목' 우리銀은 자체감찰→현장검사→검찰 수사 의뢰 수순
'비리 단골' 금감원 "의혹 없도록 사법당국 등 제3의 기관 객관적 조사 받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금융감독원이 전 은행권에 채용과정에서 비리가 있는지를 자체감찰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우리은행[000030]의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자체감찰결과를 바탕으로 현장검사를 거쳐 검찰에 수사 의뢰 수순을 밟는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2일 "지난 주말 전은행권 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채용비리 관련 자체감찰을 지시했다"면서 "자체감찰 결과를 보고 현장검사 등 후속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자체감찰을 지시한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결과를 보고 현장검사를 거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국회와 청와대, 사정당국 등이 모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이 자체감찰을 제대로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객관적 조사를 위해 후속 조처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자체감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금감원도 지목됐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사법당국 등 제3의 기관에서 객관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최근 잇따른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에서 이름이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지목돼 왔다.
금감원은 지난달 감사원 감사결과,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시 선발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16명의 당락을 부당하게 뒤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수일 전 부원장 등 3명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고, 국장 1명은 면직, 팀장 등 3명은 정직, 직원 2명은 경징계 조처를 당할 전망이다.
해당 비리에는 모 금융지주사 대표와 국책은행 간부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달에는 또 2014년 6월 금감원 변호사 경력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최수현 전 금감원장 지시로 서류전형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임영호 전 국회의원 아들의 특혜채용을 주도한 혐의로 전임 금감원 간부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이에 더해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특혜채용에도 연루됐다는 지목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하면서 이중 약 10%인 16명을 금감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채용한 의혹이 있다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17일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심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우리은행 인사팀의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모두 16명의 이름과 생년, 성별, 출신학교와 함께 해당 인물의 배경이 되는 관련 정보와 추천인이 적혀있다. 이 중에는 금감원 전 부원장 등의 추천 요청 사례가 2건 포함됐다.
심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금감원이 인사비리나 채용청탁이 있을 때마다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고 질타하면서 "내부 확인 및 감사를 통해 엄중히 조처하고 결과를 보고하고, 다른 시중은행에는 이런 일이 있는지 검토를 거쳐 수사 의뢰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의 최근 잇따른 채용비리로 인한 내홍은 신입사원 채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도 신입직원 57명을 뽑기 위한 채용절차를 진행 중인 금감원은 전날 2차 필기시험에서 공통논술 주제 중 하나로 공직윤리를 출제했다.
공직자에 대한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이유, 공직윤리가 미흡한 원인, 공직윤리 제고 방안 등을 서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금감원은 정부기관은 아니지만, 금융감독이라는 공적 업무를 하는 곳"이라며 "공적 업무의 특성상 갖춰야할 윤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서류전형을 없애고 면접전형에만 적용했던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입사지원부터 최종면접까지 전 과정으로 확대하는 등 채용절차 전반을 개선하기도 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