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함 기항허용 필리핀, 군사원조 챙겨…러시아, 美견제 효과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필리핀에 군사원조를 하는 등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21일 GMA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대잠함 '아드미랄 판텔레예프'와 '아드미랄 비노그라도프', 군수지원함 '보리스 부토마' 등 3척이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 입항했다.
필리핀 해군 당국자는 "이번 방문이 필리핀에 대한 특수 군사장비 원조와 연계돼 진행됐다"면서 "21일 러시아 해군함 두 척이 수빅 만에 추가로 입항해 장비를 하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달 11일 한 행사에서 러시아가 군용 소총 5천 정과 탄약 100만 발, 군용트럭 20대를 필리핀 군에 건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필리핀에 대한 러시아의 첫 군사원조다.
대외적인 원조 명분은, 필리핀 남부 마라위 시를 점령하고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는 필리핀 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토벌을 돕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러시아의 목적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최대한 실리를 챙기려는 필리핀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군함의 방문은 이달 24일 마닐라에서 열리는 제4회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확대국방장관회의를 앞두고 이뤄져 눈길을 끈다.
해당 회의는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8개국이 참석하는 안보협의체다.
필리핀은 다음 주 러시아와 국방물류 관련 협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앞서 중국은 이달 5일 필리핀에 소총 3천 정과 탄약 300만 발, 저격용 조준경 30개 등을 제공했다. 지난 6월 필리핀에 소총과 실탄 등을 전달한 데 이은 중국의 두 번째 군사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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