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 히틀러' 외치고 권총 쏜 백인 우월주의자 3명 체포

입력 2017-10-21 06:26
'하일 히틀러' 외치고 권총 쏜 백인 우월주의자 3명 체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플로리다대학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은 백인 우월주의 선동가 리처드 스펜서의 연설은 유혈사태 없이 끝났지만, 거리로 뛰쳐나온 일부 네오 나치주의자들이 시비 끝에 총을 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전날 플로리다 주 게인스빌의 플로리다대 캠퍼스에서 스펜서의 연설이 끝난 뒤 행사에 참가한 백인 우월주의자 3명이 지프 차량에 타고 학교 인근 사우스 아처로드로 나왔다.

이들은 차에서 '하일 히틀러'(Heil Hitler, 히틀러 만세) 등 나치 구호를 외치다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항의 시위대원들과 시비가 붙었다.

한 시위대원이 몽둥이로 이들이 탄 차량 뒷유리를 가격했다.

그러나 차에서 내린 백인 우월주의자 한 명이 권총을 꺼내 발사했다. 다른 일행 두 명은 "그들을 쏴, 죽여라"라고 소리쳤다.

총탄이 빗나가 사상자는 없었다. 총알은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을 지나쳐 뒤편 건물에 맞았다.

시위대원들은 이들의 차에서 번호판을 떼어냈다.

총질을 한 백인 우월주의 연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달아났으나 신원을 확인한 인근 앨라추아 카운티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경찰은 텍사스 리치먼드에서 온 타일러 텐브링크(28)가 총을 쐈다며 그를 살인미수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텐브링크와 함께 타고 있던 콜튼 피어스(28), 윌리엄 피어스(30) 형제도 체포됐다.

이들 세 명은 플로리다대학에서 열린 스펜서의 연설을 듣고 나오던 길이었다.



텐브링크 등 일행 3명은 게인스빌 선, 마이애미 CBS 등 현지 신문과 방송 인터뷰에서 "네오 나치의 목소리를 인정해달라. 우리는 폭력을 원치 않지만 이제 남은 건 폭력뿐이다"라고 말했다.

전날 스펜서의 연설은 플로리다대학 교내에서 집결한 항의 시위대원들의 '나치, 고홈'(나치여 물러가라) 구호에 묻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앞서 플로리다대학은 지난 8월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났던 유혈 충돌과 같은 폭력사태를 우려해 경찰 수백 명과 주 방위군 병력을 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게인스빌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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