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옹호하며 뉴스의 중심에 선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일주일새 2차례 브리핑룸 연단서 퇴진설 일축하고 궁지몰린 트럼프 방어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요즘 미국 정가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뉴스메이커가 있다. 다름 아닌 그의 비서실장인 존 켈리.
켈리 비서실장은 지난 12일 백악관 브리핑룸에 깜짝 등장해 퇴진설을 일축한 데 이어 19일에는 전사자 유족 예우 문제를 놓고 거센 비난에 직면한 자신의 보스인 트럼프 대통령의 엄호를 위해 다시 브리핑룸 연단에 섰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토안보장관을 하다 하극상의 암투가 벌어진 백악관의 질서를 잡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지난 7월 비서실장에 발탁된 이래 석 달여만에 뉴스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비서실장은 1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과 퇴진설을 일축하면서 북핵 위협에 대해서도 "당장은 관리가 가능하다.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고 말했다.
이 이례적 언급으로 켈리 비서실장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대북정책을 제어하는 협상론자 3인방으로 명실공히 자리매김했다.
켈리 비서실장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전사자 유족 예우 문제를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 때리기에 악용했다는 비난으로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과거 유족들에게 위로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시비가 일자 17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켈리 장군에게 물어보라. 오바마로부터 그가 전화를 받았나?"라는 돌출 발언을 내놓았다.
이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서실장의 불행한 가정사까지 정쟁에 이용했다는 역풍이 일자 결국 켈리 비서실장이 19일 다시 구원투수로 나섰다.
켈리 비서실장은 이날 2010년 전쟁터에서 잃은 차남에 대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예우를 둘러싼 논란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사자 유족에게 한 위로전화 내용, 이 통화를 옆에서 듣고 한 민주당 프레데리카 윌슨 하원의원의 폭로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먼저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사자 유족에게 전화한 것을 거론하며 "내가 만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애도를 표했다"며 '홀대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사한 군인 부인과의 통화에서 '남편이 입대할 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을지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윌슨 의원의 폭로에 대해 "의원이 대화를 엿들은 것은 충격"이라며 "전장에서 목숨 잃은 군인들의 이타적 헌신은 신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 아들이 전사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하지 않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한 것은 그(오바마)를 비난하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켈리 비서실장의 차남은 2010년 아프간에서 작전 중 지뢰를 밟아 사망했다.
특히 켈리 비서실장은 이날 2015년 FBI(연방수사국) 순직자 추모건물 건립행사에서 윌슨 의원이 해당 건물의 모금실적을 자랑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폭로했고 "인신공격"이라는 윌슨 의원의 반격을 받았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의 도덕적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로 켈리 비서실장의 전날 브리핑을 긍정 평가했다.
이 매체는 "보스의 언행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린 백악관 보좌관들이 켈리 비서실장의 매우 정서적이고 개인적인 트럼프 대통령 변호로 모처럼 도덕적으로 고양됐다"며 이 브리핑을 지켜보던 일부 보좌관이 눈물을 훔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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