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브렉시트협상 2단계 진입 12월에 다시 평가·결정"

입력 2017-10-20 23:05
EU 정상회의 "브렉시트협상 2단계 진입 12월에 다시 평가·결정"

"충분한 진전 없다"…'미래관계' 내부논의 착수로 英 체면 살려줘

투스크 "협상 교착상태 과장된 것…英 제안, 내부논의 때 검토"

융커 "노 딜 시나리오 염두에 없어…英과 공정한 협상 원해"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20일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협상과 관련, 오는 12월 EU 정상회의에서 협상의 진척상황을 재평가해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이후 무역협정을 포함해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병행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이틀간 진행된 EU 정상회의를 마치면서 채택한 결정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EU 정상들은 이틀간 회의에서 지금까지 다섯 차례 진행된 브렉시트협상에서 영국의 EU 탈퇴조건과 관련한 3대 핵심쟁점에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3대 핵심쟁점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잔류하는 EU 회원국 국민의 권리, 영국이 EU 회원국 시절 약속했던 EU 재정기여금 문제, 북아일랜드 국경문제 등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향후 몇 주간 브렉시트협상에서 야심에 찬 계획을 내놓겠다며 영국의 EU 탈퇴조건뿐만 아니라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도 병행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나머지 정상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U 정상들은 메이 총리가 지난 9월 22일 피렌체 연설에서 이른바 이혼합의금으로 불리는 영국의 EU 재정기여금 문제와 관련해 EU 회원국 시절 약속한 것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 제시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EU는 다만 앞으로 전개될 협상에 대비해 미래관계 협상에 대비한 내부논의를 준비하기로 합의함으로써 2단계 브렉시트협상 진입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고, 메이 총리의 체면을 살려줬다.

EU는 12월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EU 탈퇴조건에 대한 충분한 진전이 있다고 평가될 경우 양측간 미래관계 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이 향후 미래관계 협상에 대비한 내부논의에 착수하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브렉시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하는 평가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스크 의장은 미래관계에 대한 영국의 제안은 무역협상에 관한 EU의 내부 논의과정에 고려될 것이라며 "협상의 진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진전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2월에는 브렉시트협상이 2단계에 진입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함께 회견에 나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019년 3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게 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시나리오', 즉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해 낮게 평가했다.

융커 위원장은 "우리는 노 딜 시나리오를 가정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노 딜 시나리오를 싫어한다"면서 "영국과 공정한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은 비록 27개국 정상들이 2단계 브렉시트협상을 시작할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지만, 메이 총리와 나머지 정상 간에 얼굴을 맞댄 회동이 더 긍정적이고 이견을 좁히는 데 기여했다며 이번 회의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EU 정상들의 미래관계 협상 내부 준비작업 승인은 메이 총리의 '피렌체 연설'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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