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시장 "트럼프 '空言' 많아…'핵협정 파기' 지켜볼 것"

입력 2017-10-20 19:54
테헤란시장 "트럼프 '空言' 많아…'핵협정 파기' 지켜볼 것"

'이란 로하니 대통령 측근' 나자피 테헤란시장 방한

"서울과 교통 분야 협력 기대"…우호도시협정 체결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많은 일은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위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모하마드 알리 나자피(65) 시장은 20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국내 언론사와의 합동 인터뷰에서 이란 핵협정 '불인증'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일단 기다리면서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나자피 시장은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용적 성장을 위한 챔피언 시장 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았다.

미국 등 서방 6개국은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면 단계적으로 경제제재를 풀겠다는 협상을 2015년 7월 어렵사리 타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불인증 결정으로 핵협정은 유지냐, 파기냐의 중대 기로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이고 최악인 거래로 규정하면서 "이란은 (핵 개발에서) 북한과도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나자피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을 파기(leave)하겠다는 위협을 했지만, (이란과) 핵협정을 맺은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서방과 이란의 핵협정에는 미국과 함께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월 테헤란시장으로 선출된 나자피 시장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측근으로 개혁 성향의 경제 전문가다.

테헤란시장은 서울시장과 마찬가지로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통한다. 직전 이란 대통령인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도 테헤란시장을 지내다 곧바로 대권에 도전해 당선됐다.

나자피 시장은 개혁·중도 정치인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 임기 8년간(1989∼1997년)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다 아마디네자드 집권 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었다.

그는 이란 명문 샤리프기술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다.

14년 만의 개혁파 테헤란시장인 그는 "테헤란시민들은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투명성'을 특히 강조하고, 더 많은 이들이 시정에 참여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자피 시장은 "개혁파 중앙정부에 이어 테헤란 시(市) 정부도 개혁파가 맡은 만큼 중앙정부와 더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한 기간 중 건설, 제조업, 에너지 등 10여 개 한국 기업인과 만나 투자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테헤란 우호도시협정'을 맺었다.

서울시와 테헤란시는 1977년 골람 레자 닉페이 테헤란시장의 방한을 기념에 두 도시 거리를 각각 '서울로'와 '테헤란로'로 명명하는 등 교류를 이어왔지만, 따로 협정을 체결한 적은 없었다.

특히 서울시와는 교통·대기질 분야 협력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나자피 시장은 밝혔다.

그는 "한국기업들이 이란 도시철도 건설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며, 버스·도시철도 시스템 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며 "교통 분야에서 서울과 테헤란 사이 광범위한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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