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건설 재개] 환경단체 "안전성 지적·탈핵운동 계속할 것"
"시민참여단 53%가 '원전 축소' 의견 놀라워…탈핵 가속화해야"
경남 주민들은 신고리 건설 반대 강경투쟁 지속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가 20일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했지만, 환경단체들은 노후 핵발전소 조기 폐지 및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안전성 감시 등 탈핵 운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입장 발표 브리핑을 앞두고 신고리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측 관계자들은 '건설 재개' 결론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브리핑 사회를 맡은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머리가 하얗게 돼서 할 말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힘겹게 입을 뗐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탈원전 공약을 내세운 만큼, 환경단체들은 신고리 공론화위가 '건설 중단' 결과를 도출해 탈핵 정책이 탄력을 받기를 기대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민참여단이 이미 건설에 착수한 신고리 5·6호기는 마저 지어야 한다고 결론 내면서 건설 재개 측은 '우리나라 첫 숙의민주주의 공론화의 결과'라는 강력한 정당성을 확보했고, 환경단체 측은 그만큼 신고리 반대 운동의 명분을 잃었다.
다만 시민참여단 53.2%가 '원자력발전은 축소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것은 오히려 환경단체들이 탈핵운동을 확산하는 데에 상당한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사지선다형 문항 중에 '원전 축소'를 선택한 비율이 50%가 넘었다는 것은 굉장히 놀랍고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정부도 탈핵 자체는 더 앞당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원전 없는 한국사회, 탈원전 사회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시민참여단의 상당수가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며 '원전 없는 한국사회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구체적으로는 노후화된 고리원전 2·3·4호기와 내진 보강이 불가능한 월성 1·2·3·4호기의 조기폐쇄를 촉구하는 활동을 펼칠 전망이다.
또 다수 호기(한 장소에 여러 원전을 짓는 것) 안전성 평가와 활성단층을 포함한 최대지진평가 등 신고리 5·6기에 대한 안정성 감시도 주요한 활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과거 원전확대 정책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사회가 신고리 5·6호기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시민참여단의 설문결과에서도 확인했듯이 원전을 축소하는 것이 에너지정책의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에너지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활동도 이어진다.
환경운동연합은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도 본격 추진해야 한다"면서 "원전산업을 중심으로 한 뿌리 깊은 이해관계 세력의 마타도어를 정리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확대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과 별개로 경남 주민들은 신고리 반대 운동을 앞으로도 강하게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밀양에 사는 한옥순(66)씨는 이날 브리핑에서 "원전은 안 하겠다면서 신고리 5·6호기는 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문 대통령과 현 정부가 실망스럽다. 후손을 위해서 죽을 때까지 원전을 못 짓도록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