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 주장대로 완전 가짜 민주주의는 아냐"
"활발한 주민 정치참여 등 역동적 정치 구조 갖춰"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최악의 정권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이 비록 억제된 체제이기는 하나 역동적인 정치 구조를 갖고 있다는 미 대학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워싱턴 정가가 가져온 이란에 대한 선입관이 현실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의 반(反)이란 결속을 지지하고 이란과의 핵 합의에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등 이란에 깊은 적대감을 표출해왔다.
최근에는 압제 받고 있는 이란 국민이 독재자들을 타도하길 갈망하고 있다고 이란의 '가짜 민주주의'를 매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주립대학(UCLA)은 최근 이란이 모범적 민주국가는 아니지만 미 정계가 생각하는 것처럼 통제된 전제 국가는 아니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역동적이고 문명화된 사회를 갖고 있으며 유권자들의 정치 관심도 높고 일반 여론의 변화에도 민감한 사회라는 평가이다.
19일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이란의 정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5천5명의 이란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UCLA의 '이란 사회 조사' 결과는 다음 주 공개될 예정이다.
UCLA의 조사를 이끈 사회학자 키번 해리스는 "이란의 야만적인 권력 집중을 부인하고 싶지 않지만, 정부가 사회에 접근하는 다른 방식이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이란 전문가 바버라 슬래빈도 이란 내정에 대한 미국의 정확한 인식이 크게 결여돼 있다면서 이란의 국정은 3~4인에 의해 결정되며 국민은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는 판에 밖은 인식이 확산해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이란의 경우 정치 구조가 보다 복잡하다면서, 예를 들어 다른 지역 왕정 국가들의 경우 석유 수입을 나눠줌으로써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으나 이란은 국가의 복지 혜택 제공과 주민들의 정치 활동 참여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른 놀라운 점으로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들면서 지방 의회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길거리에서 주민들에 명함을 돌리는 등 외부에서는 생각지 못한 매우 경쟁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아직도 후보자 선정 등 선거 과정에서 종교적 기득권 세력들이 월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정치그룹들이 팝 문화와 소셜미디어를 동원하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메시지 전달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이를 '정치적 경쟁의 국제화 징후'로 지칭했다.
그는 이란의 향후 정치발전과 관련해, 집권 보수층이 국내 정치 구조에 패배한 정당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음을 깨달아야 안심하고 권력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권력 이양을 제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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