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틀닦은 조윤제 대사 "소득분배 지속악화 당면 도전과제"

입력 2017-10-20 10:42
J노믹스 틀닦은 조윤제 대사 "소득분배 지속악화 당면 도전과제"

소득세 면세점 인상 동결…고소득자·법인 세율 높이고 비과세감면 축소

기업 고위임원 높은 성과보수 도덕적 해이…비정규직 정규직화 인센티브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제이)노믹스'의 틀을 닦은 조윤제 주미대사가 최근 새로 출간한 저서에서 한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 중 하나로 소득분배의 지속적 악화를 막아내는 것을 꼽았다.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았던 조 대사는 신간 '생존의 경제학: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바다를 건너기 위하여'에서 "한국은 이미 소득분배가 매우 편중된 나라일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소득 격차가 가장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나라"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주미대사로 임명된 조 대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보수경제학자인 김광두 서강대 교수와 함께 J노믹스의 기틀을 닦은 트로이카로 꼽힌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영국대사를 지내기도 한 그의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제언이 향후 정부 정책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그는 "한국이 지난 20여 년간 빠르게 진행된 소득분배의 지속적 악화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향후 사회분열과 갈등수준은 더욱 오르게 되고 사회적 안정을 지속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지금한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이어 "한국경제의 고성장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면서 "장기침체는 한국의 당면한 현실로, 한국의 높은 부채 수준과 우리 옆에 있는 중국의 과잉공급 시설을 감안할 때 이대로 가면 잠재성장률이 점점 하락할 수밖에 없는 내우외환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또다시 부동산 경기 띄우기 정책을 펴 아파트값이 소득증가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면서 "이는 부와 소득의 집중도를 더욱 높이고 젊은 세대가 짊어져야 할 주택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등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소득분배 개선, 시장구조 개혁, 공정거래 질서 강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 혁신,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 각 분야 및 단계에서의 경쟁 강화, 지대추구 행위 축소 등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가장 큰 동력인 사회적 역동성을 회복하고 경제생태계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소득 양극화를 부추기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현재의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환경을 개선하고, 재벌의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를 제한해 중소기업이 재벌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연금제도를 강화해 심각한 노인 빈곤율을 완화하고, 세정강화와 세원확대를 통해 재정과 세제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소득세 면세점 인상을 동결해 국민의 명목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소득세를 내는 국민의 숫자가 늘어나도록 하고,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한편, 비과세와 조세감면 대상을 대폭 줄이고 개인사업소득세의 탈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처럼 민간기업의 비용지원에 의존해 국가적 행사나 주요정책을 추진하는 관행은 없애고 차라리 법인세율을 높여 그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투명하고 당당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기업의 성과가 좋아졌다고 해서 고위임원들이 근로자보다 턱없이 높은 성과보수를 가져가는 것은 이사회의 보수 결정방식에 상당한 도덕적 해이가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고위임원과 일반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사회적 관점에서 항상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개선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상력과 생산성 격차를 줄이고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높여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방향으로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경제외적 기반 중에는 정치, 국가지배구조, 관료시스템의 취약성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면서 국가의 혁신과 변화를 이루려면 지금과 같은 5년 단임 대통령제는 4년 혹은 5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한울 펴냄. 336쪽. 2만6천원.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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