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산지 부르고뉴의 천년고성에 펼쳐진 한국의 맛

입력 2017-10-20 06:00
프랑스 와인 산지 부르고뉴의 천년고성에 펼쳐진 한국의 맛

지역 정·재계 인사 100여명 참석…한·불 문화교류의 장

'마지막 개성상인' 딸 한상인, 8년째 '한류 전도사'로 나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부르고뉴 지방에 있는 천년고성(故城) '클로 드 부조'에 한식의 맛과 멋을 알리는 자리가 19일 저녁(현지시간) 마련됐다.

프랑스에 우리의 전통음악과 한식 등 한국 문화를 알려온 '우리문화 세계로'(G3C)의 한상인(68) 대표가 2010년부터 거의 매년 열어오고 있는 행사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수상한 뒤 프랑스에서도 '미식 1번지'로 불리는 리옹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용훈 셰프가 음식을 준비했다.

재불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획득한 이 셰프는 입맛이 까다로운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정·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국 요리사 특유의 '손맛'을 선보였다.

참석자들은 한식 재료를 프랑스인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한 음식들에 프랑스인들의 눈과 입이 즐거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행사가 진행된 부르고뉴 지방의 소도시 본은 세계적인 고급 와인 '로마네 콩티'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포도주 산지 중 하나다.

올해는 이용훈 셰프가 만든 음식을 맛보기에 앞서 부르고뉴 지방의 정·재계 관계자들과 프랑스에 법인을 둔 한국 기업인들과의 경제 간담회도 마련됐다.

부르고뉴 지역은 특히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우리 기업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한 대표는 선친이 1960∼70년대 가난한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을 집으로 불러 고향인 개성의 다양한 음식들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기에 우리 음식이 가진 넉넉한 포용의 힘을 믿게 됐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 개성 상인'으로 불린 고(故) 한창수 개성상회 회장의 딸이다.

파리 3 대학에서 언어통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국립동양언어대학(INALCO)에서 한국문화 담당 교수를 지낸 한 대표는 강단을 떠난 뒤엔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프랑스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프랑스 유학 생활과 대학교수를 거쳐 자신의 제2의 고향이자, 미식과 문화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한식의 맛과 풍류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고, 2010년부터는 프랑스 내 인맥과 전문성을 살려 부르고뉴에서 한식과 한국문화 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한식과 전통음악의 세계화를 테마로 거의 매년 클로 드 부조 성에서 행사를 열어 왔지만, 올해는 후원을 받는 데 애로가 많았다고 한다.

한 대표는 행사를 며칠 앞둔 지난 1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거의 매번 준비해 온 국악 공연을 넣지 못하게 된 것이 특히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한식과 전통음악의 세계화에 일조하기 위해 매년 행사를 치르고 있지만, 점점 더 힘이 부친다"면서 "힘이 닿는 한 우리의 음식과 문화의 아름다움을 프랑스와 유럽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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