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닌 펜스로 향하는 워싱턴 외교가 "펜스가 더 박식해"
트럼프 '뒷수습' 역할 톡톡히 하며 국외에서 큰 신뢰 받아
워싱턴 외교관들 美FP 인터뷰…"메시지 전하려면 펜스 방으로"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명실상부한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단연 인기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백악관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주미 외교관들이 펜스 부통령을 찾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즉흥적이고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펜스 부통령은 안정감을 주는 데다 주요 현안도 꿰뚫고 있어, 미 정부 내 기류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FP는 "일부 외교관들은 펜스가 트럼프보다 더 접근이 쉽고 박식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트럼프는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에 펜스의 집무실로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P는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11명의 외교관을 인터뷰한 결과, 일관된 사실을 파악했다"면서 "이는 외국 정부가 메시지를 전달하길 희망하는 장소가 펜스의 사무실이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펜스 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양측과 일을 한다는 유럽 출신의 한 외교관은 "이란 문제, 파리 기후변화 협약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펜스 사무실은 NSC 못지않게 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펜스 사무실은 우리와 대화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관은 "펜스 부통령실에는 전 부처를 통틀어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며 "종종 국무부보다도 외교 현안에 더 밝을 때도 있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원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이슈인 안보와 경제에 천착하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방위로 '독설'을 쏟아내면 뒷수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외국 정상과 고위인사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 4월 아시아를 방문해서는 북핵 위기가 한껏 고조된 한국과 일본에 역내 동맹에 대해 굳건하고 철통 같은 지지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고, 8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군사 개입을 시사해 발칵 뒤집힌 남미 동맹국을 차례로 방문해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며 안심시켰다.
슬로바키아 외교관은 펜스 부통령이 지난 여름 동유럽을 찾아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원을 재확인한 것을 거론하며 "우리는 펜스의 역할과 기여에 매우 감사해 하고 있다"고 했고, 조지아 출신 외교관은 "그의 방문은 미 행정부가 조지아의 영토 보존과 서유럽 진출 염원을 지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3선 상원의원과 인디애나 주지사를 거친 펜스 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 '극우' 성향으로 분류됐으나, 지금 일부 외교관들은 그를 '온건파'로 본다고 FP는 전했다.
한 외교관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펜스를 주류로 간주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요즘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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