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분마다 전투기 굉음…北저지 최전선 美핵항모 레이건호

입력 2017-10-20 07:00
수정 2017-10-20 08:14
[르포] 1분마다 전투기 굉음…北저지 최전선 美핵항모 레이건호

특수장치로 수초 만에 신속 이착륙…1분에 1대꼴 긴박감 속에 호흡 척척

장병들은 자부심…"불안감 느끼기보다는 레이건호 임무에 집중"





(도널드레이건호 함상ㆍ이와쿠니<일본>=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일 한미 간 연합훈련이 한창인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에는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겠다는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긴장감이 특히 두드러진 곳은 최첨단 이착륙 훈련이 펼쳐진 갑판이었다.

기자가 현장 요원들과 함께 갑판에서 이착륙을 지켜본 30분 동안 뜨고 내린 항공기는 30여대나 됐다. 1분에 1대는 이륙을 하거나 착륙을 한 셈이다.

운동장 3개 크기의 넓은 갑판이지만,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에는 턱없이 좁은 까닭에 로널드 레이건호의 갑판에는 캐터펄트(cqtapult)와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라는 특수 장치가 사용된다.

캐터펄트는 원자로에서 나오는 증기를 이용해 비행기가 힘차게 이륙하는 것을 도와주는 장치다. 어레스팅 와이어는 바닥에 설치된 쇠줄로 착륙하는 항공기의 고리를 걸어 짧은 거리에서 멈출 수 있도록 돕는다.



통상 전투기가 이륙하는데 수백 미터의 활주로가 필요하고 착륙할 때도 1~2㎞를 달려야 하는데, 이런 장치를 이용하면 50~100m의 활주로만으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시간으로 치면 3~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다 위에 떠 있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밖에 활용할 수 없는 항공모함에서는 꼭 필요한 장치들이다. 전투기가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하는데에도 필수적이다.

다만 이착륙 때 충격은 상당히 크다. 기자는 이날 1시간 40분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는 주일미군 이와쿠니(岩國) 기지에서 수송기를 타고 로널드 레이건호에 온 뒤 다시 오갈 때 두 장치를 모두 경험했다.



순식간에 이착륙하긴 했지만, 착륙 때에는 심한 흔들림을 겪었고 이륙할 때에는 순식간에 몸이 45도로 거꾸러질 정도의 충격을 경험했다. 파일럿이 아닌 사람이 캐터펄트를 이용해 이륙하는 항공기에 탔다가 중력가속도 때문에 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착륙이 쉴 새 없이 진행되는 동안 갑판은 전투기 등이 내뿜는 굉음과 캐터펄트의 수증기로 인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바다의 찬 바람과 수증기의 더운 바람이 뒤섞인 가운데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굉음이 쏟아지는 정신 없는 상황이지만 갑판의 요원들은 일사불란했다.

각각 자신이 맡은 임무에 따라 노랑, 초록, 빨강 등 다른 색의 조끼를 입은 요원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면서도 신속했다.

갑판의 분위기와 달리 함교(항모 내 건물)의 요원들에게서는 자신감에서 나온 여유가 엿보였다. 그만큼 임무에 숙련된 데다 계속되는 훈련으로 서로 호흡이 잘 맞기 때문이다.

레이건호에서 만난 장병들의 얼굴에서는 한반도 위기 상황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찾기 어려웠다. 이들은 오히려 레이건호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강조했다.

격납고에서 만난 한 여성 장병은 "북한 도발에 대해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걱정하기는 하지만 딱히 불안함을 느끼고 있지 않다"며 "레이건호의 임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으니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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