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미 연합훈련 참가중 美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에 오르다
'바다 위의 군사기지'에 전투기 70여대 탑재·병사 4천200여명 승선
최첨단 전투기들 이착륙 훈련 반복…北에 도발말라 '압박'
(로널드레이건호 함상·이와쿠니<일본>=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혼슈(本州)의 서남부 이와쿠니(岩國) 미군기지에서 수송기 'C-2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날아간 지 1시간 40분.
무사히 도착했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 수송기의 문이 열렸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의 갑판이 한눈에 펼쳐졌다.
'바다 위의 군사기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는 거대했다.
항모는 길이 333m, 폭 77m에 높이 63m 규모였다. 배라기보다는 떠다니는 기지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주 무대로 한 항모 중 가장 크다. 축구장 3개 크기의 비행갑판에 전투기 70대를 포함해 항공기 80~90대를 탑재하고 4천200여 명의 병력을 품고 있다.
갑판에선 그동안 사진으로만 봤던 전투기들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뜨고 내리고 있었다. 이라크전에서 활약했던 슈퍼호넷(F/A-18), 해상작전헬기, 적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전자전기(EA-18G), 공중조기 경보기 호크아이(E-2C) 등이 눈에 들어왔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덩치는 컸지만 빠른 속도로 바다를 누비고 있었다. 최고 속도는 시속 56㎞. 원자로 2기를 갖추고 최대 28만 마력의 동력을 낸다. 원자력이 동력이니 20년 동안 연료 재공급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전투기들의 무대인 갑판 위가 입을 쩍 벌리게 할만큼 넓었던데 비해 함교(항모 내부 건물)는 좁은 통로를 따라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 안에선 수많은 요원이 항모와 전투기들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항모 내부 공간이 좁은 까닭은 전투에 최적화한 항모 특성에 맞게 갑판을 최대한 넓히고 대신 요원들 활동 공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를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쉽게 지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기자의 현장 취재를 안내한 인솔 장교는 숨을 헐떡이는 기자에게 "우리 운동 훈련 공간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농담을 건넸다.
이날로 레이건호는 나흘째 한국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호가 속한 제5항모강습단은 이번 훈련에 참가한 미군의 핵심 전력이다. 항모 레이건호는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 순양함, 군수지원함, 핵 추진 잠수함을 이끌고 훈련을 펼치고 있다.
우리 해군의 세종대왕함 등 모두 40여정에 이르는 양국 함정이 훈련을 펼치며 북한에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이면서 만에 하나 도발이라는 오판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려고 미 해군은 훈련 중인 항모에 한미일 등 동맹국의 언론을 이례적으로 초청했고 연합뉴스는 한국 언론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항모에서의 직접 취재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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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도넬리 로널드 레이건호 함장은 "이번 훈련은 우리가 연례적으로 한국과 같이 하는 훈련"이라면서도 "지역의 번영과 가까운 친구, 동맹의 안보를 위해 모든 상황에 맞설 준비가 항상 돼 있다"고 힘줘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호의 이름은 동서 냉전이 한창 심하던 1981~1989년 재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서 왔다. 이런 까닭에 항모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동상과 기념물이 전시되고 그의 생애를 다룬 영상이 상영되는 기념 공간이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을 "미국의 자존심을 되찾아줬다"고 소개한 이 기념관에는 그가 1988년에 한 라디오 방송에서 했다는 발언이 소개돼 있었다.
"지난 8년간(재임 기간) 우리가 무엇을 배웠다면, 힘에 의한 평화가 효과가 있다는 것(peace through strength works)이다."
사회주의 소련의 붕괴에 역할을 한 레이건 대통령의 이름을 딴 항공모함이 한반도 긴장의 최전선에서 있다는 사실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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