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김현수 "미국 잔류하고 싶지만 의지대로 안 될 수도"(종합)
올해 MLB서 아쉬운 성적…"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겠다"
"2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트레이드 소식 들었을 때"
(영종도=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올 시즌 아쉬운 성적을 거둔 메이저리거 김현수(29·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귀국했다.
김현수는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많이 아쉽다. 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갔는데,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겠다"고 귀국 소감을 밝혔다.
청바지에 운동화, 후드티 차림의 김현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작년에 해봐서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런 생각과 겹쳐서 더 그랬다(아쉬웠다)"고 말했다.
KBO리그를 제패한 '타격 기계' 김현수는 2015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그는 지난해 치열한 주전 경쟁을 뚫고 95경기에서 타율 0.302(305타수 92안타), 6홈런, 22타점, 36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는 경쟁에서 밀렸고, 지난 7월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김현수는 새 팀에서도 백업 신세를 면치 못했다.
타율 0.231, 홈런 1개, 14타점이 올해 최종 성적표다.
김현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과 계약이 만료됐다.
그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재작년 처음 FA(자유계약선수)가 됐을 때도 그랬듯이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미국에 잔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실력도 받쳐줘야 하는데 올 시즌 실망스러워 내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더라도 야구를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스플릿 계약'(메이저·마이너 신분에 따라 연봉 차등지급)이라도 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팀 사정을 알아야 한다. 유망주가 엄청나게 많은 팀의 그런 제안을 받고 가면 경기에 나갈 기회가 없다는 것을 올해 실감했다"며 "에이전트가 잘 알아봐 줄 것"이라고 답했다.
KBO리그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도 "에이전트에 맡겨두고,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수준과 관련해서는 "메이저리그나 KBO리그나 어딜 가도 어려운 건 똑같은 거 같다"고만 밝혔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보낸 지난 2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올해 트레이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를 꼽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투수로는 앤드루 밀러(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종으로는 스티븐 라이트(보스턴 레드삭스)의 너클볼을 들었다.
특히 라이트의 너클볼에 대해 "방송으로 볼 때와 타석에서 직접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달 13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경기에서 빅리그 첫 끝내기 안타를 쳤다가 비디오 판독으로 번복된 순간을 떠올리면서는 "세리머니까지 끝냈는데 (그렇게 돼서) 창피했다. 판독 들어가는 순간 끝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며 민망하게 웃었다.
유망주에 밀려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 3안타를 치고 그 다음 날 못 나갔을 때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한없이 아쉬울 것 같아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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