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에 국내 제작되는 바그너 '탄호이저'…"냉동인간 깨워요"

입력 2017-10-19 16:10
수정 2017-10-19 16:19
38년만에 국내 제작되는 바그너 '탄호이저'…"냉동인간 깨워요"

'탄호이저' 연출 맡은 박상연…바그너 전문 김석철·로버트 딘 스미스 등 주역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바그너 '탄호이저'가 국내서 제작되는 것은 38년만입니다. 냉동인간을 깨워내는 심정으로 이 작품 제작에 임하고 있어요."

성남아트센터 제작 오페라 '탄호이저' 연출을 맡은 박상연 연출은 19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탄호이저의 방황을 보다 인간적으로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탄호이저'가 국내 프로덕션으로 제작되는 것은 1979년 국립오페라단의 한국어 번안 무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바그너 작품이 전막으로 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세 유럽 신화를 토대로 한 복잡한 줄거리, 서너 시간을 훌쩍 넘기는 방대한 길이와 음악적 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바그너 작품에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늘 따라 다닌다.

그나마 '탄호이저'는 바그너 작품 가운데 가장 친해지기 쉬운 작품으로 꼽힌다. 서곡부터 '순례자의 합창', '저녁별의 노래' 등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환락과 이단을 상징하는 여신 베누스(비너스)의 유혹에 빠진 탄호이저가 연인 엘리자베트의 진실한 사랑과 간절한 기도로 결국 죽음과 함께 구원을 얻는다는 게 큰 줄거리다.

박 연출은 "13세기를 배경으로 순수한 사랑과 관능적 사랑 사이의 대립을 그리지만,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오늘날 한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라며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탄호이저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대 역시 13세기 독일이 아닌, 시공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꾸며진다. 상징적 이미지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겼다는 설명이다.

바그너 전문 헬덴 테너 로버트 딘 스미스와 한국인 테너 최초로 작년 세계적 바그너 축제인 바이로이트에 데뷔한 김석철이 번갈아 탄호이저 역할을 맡는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1위 이후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서선영이 엘리자베스를,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베누스를 연기한다.

김석철은 "순결한 사랑과 관능적 쾌락 사이에 갈등을 겪는 탄호이저의 내면이 감상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과 텍스트 양쪽의 균형을 중시한 바그너 작품만의 형식적 특성도 즐겨달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딘 스미스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 올려도 어려운 작품"이라며 "캐릭터와 음악 모두가 울퉁불퉁해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관객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역할로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호이저'는 오는 26~29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031-783-8000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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