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금차별 불만?" 호주 방송진행자 경쟁사 이적 '시끌'

입력 2017-10-19 15:59
"여성 임금차별 불만?" 호주 방송진행자 경쟁사 이적 '시끌'

여성 진행자 전격 이적에 격려 밀물…방송사 "임금차별은 오해" 반박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사회에서 성차별적인 임금 문제가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주요 방송 유명 여성 진행자의 전격적인 경쟁사 이적과 관련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지난 16일 주요 방송사인 채널9의 리사 윌킨슨(57)은 아침 간판 프로그램 '투데이 쇼'의 공동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 경쟁사인 채널10의 저녁 인기 프로그램 공동진행자 자리로 옮긴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언론인 출신인 윌킨슨은 남성 진행자인 칼 스테파노비치와 함께 10년 동안 종합 쇼 프로그램인 '투데이 쇼'를 이끌어온 최고 인기 진행자다.

급작스러운 이적을 놓고 재계약 협상에서 그의 요구수준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특히 남성 공동진행자인 스테파노비치와의 대등한 보수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소식이 퍼져 나왔다.

일부 언론은 윌킨슨이 스테파노비치와 같은 연 200만 호주달러(약 18억 원)의 보수를 요구했지만, 방송사 측에서 180만 호주달러(16억 원) 이상은 못 준다고 해 결별한 것으로 전했다.

이같은 소식에 동료 방송인은 물론 정치인들도 '젊은 여성들의 롤 모델'이라며 앞다퉈 칭찬하면서 윌킨슨은 어느덧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싸우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채널9의 같은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실비아 제프리스는 "어린 소녀나 젊은 여성들에게는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그들이 리사를 통해 보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는 강인하고 열정적인 여성"이라고 추켜세웠다.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도 의회에서 "너무 많은 호주 여성들이 단지 성별로 인해 고위직으로 갈 기회를 능력이 떨어지는 남성에게 내어주고 있다"며 "수백만 명의 여성이 리사의 행동으로부터 위안을 얻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 주총리도 "동등한 보수가 이유라면 칭찬하고 싶다"며 "그녀는 사회에 매우 강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문제는 성별과는 관계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라디오 방송인 3AW의 진행자인 닐 미첼은 "이번 문제가 (남녀) 동일임금 문제로 해석되고 있지만 난 그렇게 보질 않는다"며 "방송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성이 아니라 오직 두 가지, 시청률과 수익"이라고 말했다.

이번 문제가 남녀 간 동일임금 문제로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임금을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채널9 방송사 측은 뒤늦게 윌킨슨이 임금 차별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방송사 측은 자신들이 제시한 액수보다 50만 호주달러(4억5천만 원)가 많은 230만 호주달러(20억5천만원)를 윌킨슨 측이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스테파노비치가 200만 호주달러를 받지만, 윌킨슨의 보수는 올해 110만 호주달러(약 10억 원)에서 내년에는 70만 호주달러가 오른 수준에서 제시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방송사 측은 스테파노비치가 보수를 더 받은 것은 그가 프라임타임 쇼를 포함해 방송사 내에서 더 많은 일을 하지만, 윌킨슨은 방송사 밖에서 많은 상업적 활동을 해 사정이 달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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