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 하는, 때로는 사람보다 따뜻한 개 이야기

입력 2017-10-19 15:10
수정 2017-10-19 15:17
사람과 함께 하는, 때로는 사람보다 따뜻한 개 이야기

아동소설 '내가 개였을 때'·그림책 '메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바보 형 때문에 내 인생은 망했어!"

스물다섯 살 앙투안은 세 살 어린 동생 자크가 무섭기만 하다. 술을 마시고 형에게 험한 말과 함께 손찌검을 한다. 자크는 결국 돌봄이 필요한 형을 두고 떠난다. 혼자 남은 앙투안은 슬픔을 못 이겨 개가 되기로 한다.

캐나다 작가 루이즈 봉바르디에의 아동소설 '내가 개였을 때'(씨드북)는 장애인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과 배려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다.

다섯 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앙투안은 엄마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 지쳐서 멀리 여행을 떠났다는 삼촌의 말을 들었을 뿐이다. 엄마 없는 앙투안의 삶은 엉망진창이 됐다. 제대로 씻지 못해 온몸에서 냄새가 나고, 발톱도 새까매졌다.

동생은 학대하다가 떠났지만, 집 지키는 개 델핀느가 앙투안을 평온하게 해줬다. 개집에서 개밥을 나눠 먹고 들판을 함께 달렸다.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앙투안이 밀어도 투덜대지 않았다.

스스로 개가 된 앙투안은 엄마와 동생이 일부러 자기를 델핀느 곁에 남겨두고 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장애를 지닌 주변 사람들에게 델핀느처럼 따뜻한 공감의 손길을 내밀어 보자고 작가는 말한다.

카티 모레 그림. 이정주 옮김. 96쪽. 1만3천원. 초등 고학년.



그림책 작가 안녕달의 신작 '메리'(사계절)는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하는 반려견 메리가 등장한다.

"우리도 강생이 한 마리 키우자"는 할아버지의 말에 식구가 된 메리. 첫날 밤엔 엄마를 찾느라 밤늦도록 낑낑댄다. 하지만 곧 "아무나 보고 짖지도 않고 꼬리를 흔들흔들"하는 해맑은 시골집 개로 성장한다.

메리는 동네 떠돌이 개를 만나 새끼 세 마리를 낳고, 새끼들을 한 마리씩 떠나보낸다. 그러는 사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남았다.

자꾸 감을 따먹는 메리 새끼에게 "자꾸 그카믄 확 묶아 놓는다"며 으름장을 놓았다가, 추석에 한우 갈비를 선물로 주는 할머니는 무심한 듯 따뜻하다.

52쪽. 1만2천원. 4∼7세.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