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한반도 전쟁은 막아야…트럼프, 트위터 좀 그만"

입력 2017-10-19 11:27
수정 2017-10-19 11:45
스티븐스 "한반도 전쟁은 막아야…트럼프, 트위터 좀 그만"

"'말의 전쟁' 우려돼…트럼프, 오판 초래할 수 있는 공개적 위협 삼가야"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18일(현지시간)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반도에서의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이날 워싱턴DC 미 의회에서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 주관으로 열린 '한국의 친구들' 축하 리셉션에 참석,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엄청난 비극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북미 간에 오가는 '말의 전쟁'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한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북한에 대해 공개적 위협을 하지 않는 게 좋다"며 "매우 큰 오해와 오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주된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고받는 보복식의 말의 전쟁에 휘말리다 보면 사람들에게 진짜 속뜻이 뭔지 알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불안감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은 좀 덜 하는 대신 보다 많은 협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내달 초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한국을 국빈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뭐냐고 묻자 스티븐스 전 대사는 "트위터 좀 그만하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나가리라 생각한다"면서 "한가지 염려되는 것은 무역문제로, 한미가 심각한 안보 문제에 대해 협력해야 할 시점에 FTA(자유무역협정)가 양국 관계의 이슈가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FTA는 이미 훌륭한 협정이지만, 양쪽 모두 진정성을 갖고 동맹의 힘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우리에게는 매우 '유별난'(unusual) 대통령이 있지 않은가"라고 우려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북핵 문제가 도전적이지만 우리가 수년간의 경험에서 배운 교훈은 서울과 워싱턴이 함께 하지 않으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하며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스티븐스 전 대사는 기조연설에서 한국어로 '혈맹', '아름다운 여정, 영원한 우정'이라고 말하며 "부침도 있었지만 우리는 함께 할 때 늘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게 많이 있다"고 한미동맹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9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주한미대사를 지냈으며 현재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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