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구글, 작년 대선서 반이민 광고 유치 쟁탈전

입력 2017-10-19 11:50
페이스북-구글, 작년 대선서 반이민 광고 유치 쟁탈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구글과 페이스북 직원들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민간단체 '시큐어 아메리카 나우'(Secure America Now)의 정치광고에 직접적으로 협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시큐어 아메리카 나우(이하 시큐어 아메리카)의 광고대행사인 해리스 미디어의 내부 보고서와 담당 직원들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의 영업과 제작, 기술 담당 직원들은 이 단체의 광고를 따내기 위해 경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페이스북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시큐어 아메리카 나우의 정치광고가 의도하는 유권자층에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큐어 아메리카는 대선 당시 각종 정치광고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집행했다. 이들의 광고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비판하고 반이슬람 메시지를 전파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해리스 미디어의 한 전직 직원은 시큐어 아메리카 나우의 정치광고 가운데 일부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의도를 가진 것이었다"고 말하고 이를 본 일부 동료들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시큐어 아메리카가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였던 네바다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유권자를 겨냥, 페이스북 피드와 구글 웹사이트를 통해 내보낸 가짜 관광 홍보 동영상이 단적인 실례로 지적됐다.

문제의 동영상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의 지배를 받는 독일과 프랑스의 상황을 가정한 내용이다.

프랑스 어린이들이 칼리프 국가를 위해 훈련을 받는가 하면 지하드 전사들이 개선문을 활보하며 모나리자가 부르카를 쓴 장면이 등장하는 가운데 내레이터는 "여러분은 샤리아를 따르는 한 프랑스 이슬람 국가가 제공하는 모든 걸 누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해리스 미디어의 내부자들에 따르면 구글 대선팀의 영업직원들은 지난해 6월 뉴욕 사무실에서 시큐어 아메리카 및 해리스 미디어의 직원들과 회동해 이 단체의 정치광고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수개월 뒤 시큐어 아메리카는 스윙 스테이트 유권자들을 겨냥해 가짜 관광 홍보 동영상뿐만 아니라 민주당 상원 의원 후보를 시리아 난민, 테러리스트와 결부시키는 광고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2명의 내부자는 일부 광고는 소셜 미디어, 그리고 난민 반대 메시지에 쉽게 흔들릴 것으로 보이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주로 겨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해리스 미디어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광고는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수백만명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은 광고의 타깃을 최적화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 개발한 수직적 동영상 포맷을 정치광고에 시험해보고 사용자들의 반응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과 해리스 미디어 측은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고 시큐어 아메리카는 여러 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구글의 한 대변인은 가짜 관광 홍보 동영상을 포함, 시큐어 아메리카의 몇몇 광고가 자사 정책에 위배돼 결국은 차단 조치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다만 그 시기는 밝히려 하지 않았다.

시큐어 아메리카는 2011년 9.11 테러 현장 부근에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조직됐으며 에스티 로더 가문의 유산 상속인인 앨런 로스가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는 기부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