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기도 反부패 칼날…'쌍규(雙規)' 없애고 제도화 길 간다
"반부패 투쟁 여전히 준엄"…당 기율검사위, 신설 감찰위에 통합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권력집중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반부패'를 감찰개혁으로 제도화함으로써 집권 2기에도 강력하게 펼쳐나갈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18일 개막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업무보고에서 국가감찰법을 제정해 감찰위원회에 직책권한과 조사수단을 부여함으로써 쌍규(雙規) 조치를 대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쌍규는 당의 기율검사당국이 비리 혐의 당원을 정식 형사 입건 전에 연행해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영장 심사나 조사기간 제한, 변호인 접견 등이 보장되지 않아 항상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된다.
또 비리 혐의가 있는 비(非) 공산당원 공직자에 대해 쌍규 등 당내 기율검사 처분을 내릴 수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국가감찰법 제정을 통해 쌍규 조치를 대체한 조사 및 구금 권한을 국가기관인 감찰위에 부여해 일률적으로 처분해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반부패 제도화는 감찰체계 개혁이 시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감찰위원회 설립을 결정하고 베이징(北京), 산시(山西), 저장(浙江) 3개 지방을 감찰개혁 시범 사업지로 선정한 상태다.
시 주석은 감찰개혁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국가, 성, 시, 현에 감찰위를 설립토록 하는 것과 동시에 당 기율검사조직과 통합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공직자를 관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와 함께 부패 척결을 향후 5년간의 집권 2기에도 지속해나갈 뜻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시 주석은 "현재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투쟁 형세는 여전히 엄준하고 복잡하다. 반부패의 영원한 길에서 압도적 태세를 공고화하고 압도적 승리를 쟁취할 결심은 반드시 반석처럼 튼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내 존재하는 사상, 조직, 행실 불순이 아직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전면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회계감사 관리체계도 개혁하고 통계 시스템도 완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당내에 '중앙 전면 의법치국(법치주의) 영도소조'를 설립해 법치국가 건설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조직과 개인도 헌법 법률을 초월한 특권을 누릴 수 없다"며 "말로 법을 대체하거나, 권한으로 법을 누르고, 이익을 좇아 법을 위반하며, 사사롭게 법을 왜곡하는 일을 절대 용인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좡더수이(庄德水) 베이징대 염정(廉政)건설연구센터 부주임은 "이미 본격화된 당내 반부패 투쟁에 이어 당내 감독과 국가 감찰의 이륜마차가 이끄는 반부패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가적 감찰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반부패의 법리성을 강화하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 좡 부주임은 부연 설명이다.
중국은 내년초 각 성·시·자치구에 감찰위원회를 전부 설립토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3월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감찰위원회도 정식 설립될 전망이다.
'호랑이'(고위직 부패관리)와 '파리'(하위직 부패관리), '여우'(해외 도피부패사범)을 때려잡는 반부패 사정은 시 주석 집권 1기의 최대 성과중 하나다.
시진핑 1기 체제의 부패척결 작업은 1949년 신중국 성립 이래 가장 강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 주석의 '반부패'는 집권 직후인 2012년 12월 4일 중앙정치국이 통과시킨 윤리규정인 '8항규정'이 시초였다. 공용차량, 접대, 연회 간소화, 회의시간 단축, 수행 인원 축소, 관사 축소 등을 규정한 '중국판 김영란법'이다.
이틀 뒤인 6일 리춘청(李春城) 쓰촨성 부서기가 반부패 사정의 첫 타깃이 됐다. 리 부서기가 엄중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중국 당국이 공식 확인했다.
시 주석은 이듬해인 2013년 1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 참석 "호랑이와 파리를 함께 때려잡아야 한다"고 반부패 드라이브를 독려했다.
그후 여러 성부급 고위관리가 연속 낙마했고 고위관리 낙마 소식은 일상화된 뉴스가 됐다.
중국경제보에 따르면 2012년 18차 당대회 이후 비리 혐의로 면직돼 조사를 받은 성부급(省部級·장관급) 이상 고위관리는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 링지화(令計劃) 중앙통전부장을 포함 모두 140명에 이른다.
딩쉐량(丁學良) 홍콩과기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진핑의 반부패는 선거나 시민단체의 감독 등이 없는 중국의 체제 특성상 민심이반을 막고 공산당 집권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부패 작업이 문화대혁명 같은 권력투쟁이나 동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왕치산(王岐山) 서기가 이끄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대폭 격상시키는 방법을 활용했다고 딩 교수는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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