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만루포로 MVP 최주환 "믿음 주셔서 집중했다"(종합)
슈퍼백업에서 플레이오프 2차전 대역전승 주인공으로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두산 베어스 최주환(29)이 짜릿한 역전 만루포로 플레이오프(5전 3승제) 2차전의 영웅이 됐다.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슈퍼 백업' 딱지를 떼 버리고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최주환은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4-6으로 밀리던 6회 말 무사 만루에서 NC 불펜 제프 맨쉽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최주환은 맨쉽의 2구째인 시속 145㎞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비거리 105m 대포를 날렸다.
이 홈런으로 두산은 4-6에서 8-6으로 점수를 뒤집었다.
분위기를 단번에 바꾼 두산은 이후 4득점을 추가, 7회 말에만 8점을 쌓는 빅이닝을 만들었다.
1차전 5-13 대패로 가라앉은 두산이 17-7로 완벽히 설욕할 수 있도록 최주환이 상승세를 몰고 왔다.
4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4타점 2득점을 기록한 최주환은 플레이오프 2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쥘 자격이 충분했다.
특히 최주환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최주환은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 3차례(2012·2013·2015년), 플레이오프 2차례(2013·2015년)와 2015년 한국시리즈에도 출전했지만 홈런은 이번에 처음 쳤다.
최주환은 올 정규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2006년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399타수 120안타) 7홈런 57타점을 기록했다. 각 분야 모두 데뷔 이후 최고 기록이다.
이는 두산의 주전을 맡았던 2루수 오재원과 3루수 허경민이 부진과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틈을 완벽히 메우며 이룬 성과다.
최주환은 기회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했다.
하지만 오재원과 허경민이 기량을 회복하면서 최주환은 다시 자리를 내주는 듯했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17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최주환은 승부가 완전히 NC로 기운 후인 9회 말에야 대타로 등장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기회는 다시 왔다.
2차전에서는 닉 에반스를 대신해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것이다.
그리고 최주환 앞에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7회 말 NC 불펜 구창모와 맨쉽이 연속 볼넷을 던져 무사 만루라는 대형 밥상이 차려진 것이다.
앞선 타석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던 최주환은 이 기회를 꽉 잡아 역전 만루홈런을 폭발했고, 베이스를 돌며 양팔을 번쩍 들어 승리의 만세를 불렀다.
최주환은 8회 말 마지막 타석에서는 볼넷으로 출루, 조수행의 2타점 2루타에 득점하며 신나는 하루를 마감했다.
사실 최주환은 홈런 치기 전 대기 타석에서 '교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최주환은 "대기 타석에 있었을 때 좌완 구창모가 던지고 있어서 (좌타자인 제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맨쉽으로 바뀌니 타격코치님이 오셔서 '안 뺄 거니까 자신 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믿음을 주셔서 좀더 타석에서 집중했고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경기는 저희 팀에 나름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길 수 있다는 데 기쁘다. 중요한 상황에서 욕심을 안 부리고 임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고, 팀이 이기도록 하는 홈런이 나와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주환은 벤치에 앉아있을 때도 상대 팀을 지켜보며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는 벤치에 앉아있었지만, NC가 더 강팀이 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팀이라고 느꼈다"며 "오늘 경기에 임하면서 더 집중하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점 강해지는 팀이기 때문에 그렇게 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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