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넘쳐나는 쌀 어쩌나…지자체들 소비 촉진 안간힘
작년 1인당 하루 쌀소비 169.9g…30년만에 절반으로 감소
밥짓기 경연대회 ·밥짓기 교실 운영…가공식품 적극 지원
(전국종합=연합뉴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농촌이나 어촌에서 생활하며 하루 세끼를 손수 만들어 챙겨 먹는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 이름도 '삼시 세끼'다.
정작 '먹방 프로그램'의 인기와 달리 현대인들은 하루에 세 끼를 챙겨 먹는 이가 드문 게 현실이다.
이런 경향은 우리 국민의 대표 주식이라 여겨지는 쌀밥 소비량을 살펴보면 자세히 나타난다.
◇ 1인당 쌀소비 30년만에 절반으로 '뚝'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국민 한 사람의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69.6g이었다.
전년도인 2015년보다 1.6%(2.8g) 줄었다. 밥 한 공기에 쌀 100∼120g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한 공기 반 정도만 먹은 셈이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61.9㎏이었다.
연간 쌀 소비량은 30년 전인 1986년(127.7㎏)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비가 줄다 보니 정부의 쌀 재고량도 상당하다. 지난 8월 기준 정부의 쌀 재고량은 206만t에 달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Q) 적정 권고량인 80만t을 크게 웃돌고 있다.
쌀이 넘쳐나다 보니 농가들은 피땀 흘린 결실을 제값도 받지 못하고 판매하는 일이 반복된다.
올해 전체 쌀 생산량이 처음으로 400만t을 밑돌 것으로 예측돼 쌀 가격이 조금 올라갈 전망이지만 농가에서 원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보니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나서 타 작물 재배를 통한 쌀 재배면적 감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매년 적잖은 양이 생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시장에서의 소비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 밥 짓기 경연·교실, 밥 맛있는 집 추천…소비 촉진 캠페인
과거 품질 좋은 쌀 생산에만 매달리던 지자체와 농업단체들은 갖가지 이색적인 방법의 소비촉진책을 마련, 시행에 나서고 있다.
충북 충주시는 지역 브랜드인 '미소진 쌀' 홍보와 판매 확대를 위해 오는 22일 충주세계무술공원 메인 무대에서 '맛있는 쌀밥 짓기' 경연을 연다.
지난해 첫 대회 이후 두 번째다. 이번 대회에는 24개 팀이 출전,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시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다양한 먹거리 출현으로 계속 감소하는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경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도 역시 살 소비촉진책을 마련,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메트로시티 어린이공원에서 열린 생명평화축제에서 기능성 쌀 홍보와 시식행사를 마련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브랜드 쌀을 이용한 밥 짓기 교실까지 준비했다.
농도(農道)의 특성을 갖는 전남도는 농협과 함께 손을 잡고 올해 4차례나 수도권에서 전남 쌀 판촉행사를 했다.
농협 전남·충남지역본부는 지난 3월부터 밥맛이 좋은 식당을 발굴하는 '쌀밥이 맛있는 집' 선정 행사도 펼치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학교별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아침밥 먹기와 관련된 각종 이벤트, 학부모 연수, 홍보 리플렛 제작 등을 하고 있다.
◇ 쌀국수·오곡현미빵·쌀 크림…가공식품 적극 개발·지원
지자체들은 쌀 가공 식품을 개발하거나 가공식품 생산 기지를 지원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전남 농업기술원은 지역에서 생산한 쌀을 이용, 제빵용 2종, 커피용 1종 등 크림 3종을 개발했다.
최근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대체 식품 개발 요구를 충족하고 쌀 소비량도 늘리기 위해서다.
충남 금산에는 쌀국수용 쌀을 전문으로 재배하는 시범단지가 조성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지난 7월 충남 금산을 '팔방미 시범재배단지'로 선정했다.
2013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팔방미는 아밀로스 함량이 29% 이상이어서 쌀국수 제조에 적합한 품종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과 금산군은 밀가루를 대체하는 쌀가루를 개발, 떡이나 국수·과자 등 다양한 종류의 가공식품에 적용해 시제품을 개발하고 품평회도 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쌀 소비를 촉진을 위해 가공산업 육성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도는 사업비 18억6천여만원을 들여 김제와 임실 등 3곳에 쌀 가공식품업체 공장을 신축, 포장라인과 급속냉동기를 지원한다.
올해 800t의 친환경 쌀을 제주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 851곳에 공급하기로 최근 제주도와 협약을 맺었다.
화산섬의 특성상 쌀 생산이 거의 되지 않고 감귤이 많이 나는 제주도에 전북의 쌀을 공급하고 대신 제주산 감귤을 전북도가 구매하는 것이 협약의 뼈대다.
경북도는 올해 밀가루를 대체하는 쌀가루 공급을 확대한다.
쌀가루 제조업체에 일정 금액을 보전해줘, 기존 가격보다 싸게 식품업체에 공급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쌀 100t을 목표로 잡았다. 또 대구에 쌀 카페 개념인 라이스 랩을 설치, 쌀 가공식품을 홍보하고 신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조사해 제품 개발에 활용한다. (한종구, 손상원, 황봉규, 임채두, 손대성,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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