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서 겁나" 교사들 기피 농촌 관사 원룸형 교체

입력 2017-10-19 07:17
"낡아서 겁나" 교사들 기피 농촌 관사 원룸형 교체

충북 낡은 관사 66동 철거·보수, 공동관사 6곳 매입·신축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임용시험 합격 후 가장 큰 걱정이었던 거주 문제가 해결돼 마음 편하게 교편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충북의 벽지학교 중 한 곳인 괴산군 청천면 송면초등학교의 강태양(24) 교사는 인근 송면중학교 부지에 최근 건립된 원룸형 공동관사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제주도 출신으로, 연고가 없는 충북을 '제2의 고향'으로 과감히 택해 시험을 치렀다.

지난달 1일 자로 신규교사 발령을 받은 그는 운전면허 취득 전이어서 이 공동관사가 없었다면 교통편으로 1시간 거리인 청주시나 괴산읍 내에 집을 얻어 힘겹게 통근을 해야 할 처지였다.

한밤중에는 남자도 무서운 농촌의 낡고 오래된 관사는 철거 또는 개·보수되고, 2개교 이상의 학교 교직원들을 위한 아파트·원룸형 공동관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도서 지역이나 내륙 오지 학교의 열악한 관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충북도교육청이 지난해 6월 도내 학교와 직속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당시 375개 관사(개별 동 기준)에서 남자 394명, 여자 339명 등 733명의 교직원이 생활하고 있었다.

관사 유형은 공동관사가 44개, 아파트가 47개, 단독관사가 284개였다. 단독관사 중 111개는 매우 낡거나 수요가 없어 미거주 상태였다.

관사 보안시설은 매우 허술, 방범창은 전체의 26.1%만, CCTV는 16.0%만, 비상벨은 1.3%만 갖춰져 있었다.



도교육청은 너무 낡아 입주 희망자가 없는 관사는 철거하고, 개·보수를 통해 관사 거주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여럿이 거주하는 공동관사를 더 보급하기로 대책을 세웠다.

교직원 복지 증진과 안정적인 근무 여건 제공을 위한 조치였다.

지금까지 노후 단독관사 29개 동이 철거됐거나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단독·공동관사 37개 동은 개·보수 작업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낙제점을 받은 보안시설은 거의 모든 관사에 제대로 갖춰졌다.

도교육청은 영동읍 내 학교 교직원을 위해 지난해 10월 18억원을 들여 영동읍의 한 아파트 8채(입주 인원 24명)를 공동관사로 사들였다.

올해는 송면중 부지와 단양 영춘초(영춘초·영춘중) 부지, 진천 삼수초(삼수초·덕산중·진천상고 등 7개교) 부지, 충주 앙성초(앙성초·앙성중 등 4개교) 부지에서 원룸형 공동관사 신축 작업을 진행했다.

이들 4곳의 공동관사 신축 사업비는 42억9천만원이다. 완공되면 15개교 교직원 33명이 입주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송면초·송면중 공동관사 '솔숲 둥지'가 가장 먼저 건립돼 19일 준공식을 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건축면적 113.4㎡로 사람과 자연이 조화되는 환경친화적 관사를 지향해 지었다.

김상열 송면중 교장은 "공동관사 건립으로 출퇴근이 걱정이었던 교직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며 "선생님들이 학교에 상주하니 운동장 사용을 비롯해 야간 교육활동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솔숲 둥지를 중심으로 지역과 공감대를 형성해 작은 학교 살리기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도교육청은 예비 초등교사들의 농촌 지원 기피 현상 등을 고려, 지역별 수요를 파악해 공동관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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