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 주범은 4개 변이유전자"

입력 2017-10-18 11:00
"강박장애 주범은 4개 변이유전자"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강박장애(OCD: Obsessive-Compulsive Disorder)가 4개의 변이유전자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박장애란 병균이 묻었을까 봐 지나치게 자주 손을 씻는다든가 문을 잘 잠갔는지, 가전제품 스위치를 제대로 껐는지를 거듭거듭 확인하거나 어떤 물건을 특정 순서대로 가지런히 정리해야만 안심이 되는 등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심리장애를 말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하버드 대학 산하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의 노현지 박사 연구팀이 강박장애가 있는 592명과 정상인 560명을 대상으로 강박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600여 개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 중 4개 유전자 변이가 강박장애의 주범으로 지목됐다고 영국의 뉴 사이언티스트와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이 4개 변이 유전자(NRXN, HTR2A, CTTNBP2, REEP3)는 선조체(striatum), 시상(thalamus), 대뇌피질(cortex)을 연결하는 동일한 뇌 회로에 존재한다고 노 박사는 밝혔다.

선조체는 학습에 관여하는 뇌 부위로 정보를 시상을 거쳐 결정이 내려지는 대뇌피질로 전달하며 이 회로가 고장나면 상황이 안전한지 아니면 위험한지를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 변이유전자 중 HTR2A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이는 강박장애가 세로토닌 조절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는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늘려주는 SSRI(선별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의 항우울제가 강박장애 환자의 60%에 효과가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일 수 있다.

이 항우울제는 1시간 이상씩 계속 자신의 꼬리를 뒤쫓거나 앞뒤로 서성거리거나 자신의 털을 다듬는 등 강박장애 동작을 반복하는 개에도 50%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4개 변이유전자의 발견은 이 변이유전자 자체 또는 변이유전자의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 개발을 통해 강박장애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노 박사는 전망했다.

요즘 주목을 받고있는 유전자 가위(CRISPR)로 이 변이유전자의 결함을 교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호주 뉴 사우스 웨일스 대학의 제시카 그리샴 박사는 직계가족 중에 강박장애 환자가 있으면 자신도 강박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4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10월 17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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