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어금니 아빠' 경찰 부실대응
시간대별 조치 '은폐 의혹'…실종사건 매뉴얼 미준수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권영전 현혜란 기자 = 1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어금니 아빠'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대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실종사건 매뉴얼대로 처리되지 않았고, 실종사건을 맡은 중랑경찰서 소속 여성청소년과(여청과) 직원들의 수사 경험도 일천했다며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피해자 여중생의 실종 이후 경찰의 시간대별 조치상황을 의원실에 3차례 통지한 내용이 제각기 달랐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처음에는 최초 실종자 수색 시간을 0시 10분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오전 1시 20분으로 수정했고, 귀가 촉구 문자전송 시간도 각기 달리 보고했다.
경찰은 실종자가 귀가했는지 확인전화를 한 시간이 오전 4시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오전 2시 42분으로 고쳤다.
이영학의 주거지를 최초로 탐문한 시간도 처음에는 5시간 동안 한 것처럼 통지했으나 실제로는 4시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이처럼 통지 내용이 각기 달라졌던 데 대해 "후속조치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됐거나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공백 시간을 메우기 위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며 "초동대응에 미흡한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관련 내용을 감추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은 중랑서 여청수사팀원 16명 중 12명이 수사 경험 5년 미만이고, 이 가운데 9명은 수사 경험이 1∼2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실종사건에 대한 수사를 여청과에 맡기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출신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오랜 기간 신고 없이 기부금품을 모금할 때 적절한 지도가 있었다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을 수 있었고, 이영학의 부인이 경찰에 시아버지 성폭행을 신고했을 때와 투신했을 때도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실종사건 112 신고'가 들어오면 112상황실장이 신고 내용을 여성청소년과에 전달하고 나서 상황보고까지 받게 돼 있는 매뉴얼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는 이런 보고 체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으므로 상황실장 등 관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 여중생의 통신 내역 조회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질타도 나왔다.
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서 위치에 대한 정밀 추적에 실패한 이후 왜 통신내역 조회를 하지 않았는지를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10월 2일에 학생의 부모가 (통신내역 조회를) 해서 이영학의 딸과 통화내역이 확인됐다"며 "폐쇄회로(CC)TV도 피해자 가족이 교회를 방문해서 확인했고, 사다리차도 피해자 가족이 조달했다"고 부실한 수사상황을 줄줄이 열거했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국감장에서의 질타에 대해 "저도 안타깝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실 수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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