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황영희 "엄마 역 많이 해 자식 여럿 키운 느낌"

입력 2017-10-18 07:50
수정 2017-10-18 08:36
'미혼' 황영희 "엄마 역 많이 해 자식 여럿 키운 느낌"

'언니는 살아있다' 이어 4편의 드라마서 동시 '엄마' 연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안 그래도 자식을 여럿 키운 느낌이에요.(웃음)"

배우 황영희(48)가 요즘 안방극장에서 '엄마' 역으로 주가를 날리고 있다. 지난 14일 끝난 SBS TV '언니는 살아있다'에 이어 현재 방송 중인 4편의 드라마에서 엄마 역을 맡고 있는 것. 수지, 이연희, 강소라 등 내로라하는 청춘스타가 모두 극 중 그의 딸이다.

그런데 그는 미혼이고, 슬하에 자식도 없다. 그런 그가 실감 나는 엄마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심지어 동시에 여러 편의 드라마에서 말이다.

황영희는 18일 인터뷰에서 "겹치기 출연을 하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돼 시청자께 죄송하다. 보시면서 헛갈리시면 어떡하나 걱정된다"면서도 "그래도 캐릭터가 다 다른 엄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SBS TV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악덕 시어머니였으나 개과천선한 이후 청상과부 며느리에게 마음씨 좋은 '친정엄마'가 돼 줬던 그는 KBS 2TV 저녁 일일극 '내 남자의 비밀'과 SBS TV 수목극 '당신이 잠든 사이에', tvN 주말극 '변혁의 사랑'과 JTBC 금토극 '더 패키지'에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는 황영희가 각 드라마의 출연을 결정했을 때와 다르게 각 드라마의 편성이 바뀌면서 일어난 '사고'. 이중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더 패키지'는 나란히 사전제작드라마로 예전에 촬영을 끝낸 작품이고, '변혁의 사랑'과 '더 패키지'에는 4~5회 정도 특별출연 형식으로 짧고 굵게 출연한다.

황영희는 "혹시라도 편성이 겹칠까 봐 걱정도 했고, 출연 제안이 올 때마다 다른 작품에서도 엄마 역을 맡았다고 설명을 했음에도 PD님들이 출연을 부탁하고 촬영 스케줄도 조정해 주셔서 거절을 하지 못했다"며 "이들 작품을 다 동시에 촬영한 게 아니라 연기하는 데는 사실 무리가 없었지만 공교롭게 다 같이 방송이 돼 민망하다"며 웃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편성조정이라는 '방송가 돌발변수'로 인해 황영희는 다양한 캐릭터의 엄마를 종횡무진하는 배우로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됐다. '언니는 살아있다'부터 5작품 연속 엄마 역이지만 캐릭터가 다 달라 그가 얼마나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인지 증명하게 된 것.

"(다작이지만) 몰래몰래 조용히 연기하려고 했는데, 작품들이 다 잘되면서 들통이 났다"며 웃은 그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혼자서 엄마 역을 다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엄마의 모습 중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캐릭터가 가장 자신과 비슷하다고 짚었다. 식당을 하며 홀로 외동딸(수지 분)을 키우는 유쾌하고 따뜻한 엄마를 연기하고 있다.

"제 모습이랑 가장 비슷해요. 캐릭터의 결이 저랑 같아서 연기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편안하게 연기를 했어요. 연기적으로 아무것도 한 게 없을 만큼요."



그렇게 편하게 연기한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보면서 그는 울었다고 한다.

"사전제작드라마라 제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었는데 방송을 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PD님이 잘 찍어주셔서 영상이 너무 예쁘고, 감정선이 너무 잘 녹아나게 편집이 된 거에요. 제가 제 연기를 보면서 운 건 처음이었습니다. 일상에서 마주칠 법한 보통의 엄마를 담담하게 연기한 것인데, 그게 너무 잘 그려져서 제가 울컥했어요."

그런 그가 '변혁의 사랑'에서는 딸에게 끊임없이 돈을 요구하는 이기적인 엄마를 연기하는 등 네 작품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20여년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황영희는 2014년 히트작 MBC TV '왔다! 장보리'에서 악녀 연민정의 엄마를 맡아 이름을 날리게 됐다. 그때 인연을 맺은 김순옥 작가와 다시 손잡은 게 '언니는 살아있다'로, 이 작품 역시 시청률 20%를 넘기면서 황영희가 주목받았다.



그는 "막장 드라마라고 욕은 먹었지만 저는 '언니는 살아있다'가 김순옥 작가의 재발견을 이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극배우로서 부조리극을 많이 했는데 김순옥 작가가 드라마에서 부조리극을 하는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극중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는 했지만 어찌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부조리하니 이런 드라마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희 배우들끼리는 정말 재미있게 연기했고 끝날 때는 다같이 울었어요. 그만큼 유쾌하게, 신나게 연기했고 김순옥 작가와는 고교 동창생을 만난 듯 친해졌습니다."

"동시 출연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웃은 황영희는 "좋은 연기로 보답드리겠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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