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쿠르드도 토사구팽?
IS 소탕 앞장선 YPG, 美 버림받을까 불안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시리아와 이라크의 주요 이슈가 이슬람국가(IS) 패배에서 현지 쿠르드족의 장래로 옮아가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에서 미국과 공조해 IS 소탕에 앞장선 쿠르드족이 이라크의 동족과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미국으로부터 어떤 처우를 받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리아의 IS 세력은 그 거점인 라카가 함락을 목전에 두고 있으나 IS의 패배가 그동안 IS와 싸워온 쿠르드족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IS 소탕전에서 드러난 그 효용가치가 줄어들면서 후원자였던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라카에서 IS 소탕전을 주도한 세력은 쿠르드와 아랍 연합군인 시리아민주군(SDF)으로 그 핵심 전력은 인접 터키의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시리아 내 쿠르드 전사들인 인민수비대(YPG)이다.
YPG는 잘 조직되고 경험 많은 쿠르드 전사들로 미군 주도 다국적 세력의 화력 지원을 바탕으로 IS 소탕전에서 탁월한 전투력을 발휘해왔다.
22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은 지난 2011년 아사드 정권에 대한 반정부 봉기 발발 이전에는 시리아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아왔으나 2012년 시리아군이 지역으로부터 철수한 이후에는 시리아 동북부와 터키 국경 사이의 좁은 지역에 로야바라는 쿠르드 자치구역을 수립했다.
2014년 IS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나 미 공군의 지원으로 이들을 격퇴한 후 시리아에서 미군의 가장 신뢰할만한 우군으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미군도 그동안 시리아에서 우군을 물색하는 데 실패해오다 YPG라는 우군을 발견했으며 이후 IS 소탕전에서 아주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 공동의 적인 IS 패퇴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YPG는 미국이 더이상 그들을 필요로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6일 보도했다.
이라크에서 역시 반(反)IS 공동작전을 펼쳤던 쿠르드 군사조직 페슈메르가와 유사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YPG가 IS 패퇴 후에도 시리아에서 계속 기존의 영토를 유지하고 자치권을 행사하려면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이나 미국이 계속 쿠르드를 지원할지는 미지수이다.
IS 패퇴 이후 시리아 정국은 쿠르드는 물론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이란, 러시아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미국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와의 대립을 감수하고 쿠르드를 보호하고 나설지는 미지수이다.
일단 IS 문제가 해결되면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를 등에 업고 다음 순서로 SDF등 반군을 손보려 나설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YPG 등 시리아 내 쿠르드 세력은 또 인접 터키로부터 강력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터키 내 PKK와 시리아 내 YPG의 연계를 경계하는 터키는 언제라도 필요할 경우 시리아 내 쿠르드를 공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YPG와 아랍계 수니 반군을 내세워 시리아에서 이란과 시리아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대리전을 수행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려면 아사드 정부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의 혁명수비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등 연합세력과 맞닥뜨려야 하며 이들을 후원하는 러시아와도 마찰을 각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지원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쿠르드 지도부에서는 자구책으로 아사드 정권과의 협상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 대해 강력한 적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위험 부담이 적지 않은 시리아 사태에 계속 개입하고 나설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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