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 과일값 줄줄이 내리는데…사과만 고공행진 왜
명절 지나 수요 감소로 배·감 가격 하락…사과는 여전히 보합
우박·폭염·탄저병 삼중고 사과는 생산량 8% 줄어 가격 강세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과일 최대 성수기인 추석이 지나면서 과일 가격이 줄줄이 내리는데 사과는 요지부동,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과나 배, 단감 등 제사용으로 쓰이는 과일들은 수요가 대거 몰리는 추석 직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명절이 지나면서 하락세로 전환한다.
배나 감 등 다른 과일은 올해도 예외 없이 이런 추세를 이루는데 유독 사과만큼은 가격이 내리지 않고 있다.
사과 역시 작년에는 다른 과일처럼 추석 이후 가격 오름세가 꺾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통계(KAMIS)에 따르면 추석 직전인 작년 9월 초순 전국 도매시장의 홍로(10㎏·상품) 평균가격은 4만6천200원이었다.
홍로는 만생종인 후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사과 품종이다.
추석이 지나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작년 9월 중순 4만1천150원, 하순에는 3만3천925원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큰 폭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하순 도매시장에서 홍로 가격은 3만8천743원이었다. 추석 연휴가 있었던 10월 초순 3만9천400원까지 오른 홍로 가격은 추석이 지난 이달 중순에도 3만8천100원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비해 10월 큰 폭으로 사과 가격이 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6일 기준 홍로 가격은 3만7천8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가량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배와 단감은 추석을 기점으로 값이 내렸다.
배는 신고(15㎏·상품)의 경우 도매가가 지난 9월 초순 5만5천300원까지 치솟았다가 10월 중순 4만원대로 가격이 조정됐다.
단감 역시 추석을 기점으로 가격이 10∼15%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배는 병이나 우박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올해 생산량이 많았다"며 "7∼8월 충분한 비가 내렸고 9월 일교차가 커 작년보다 4% 많은 24만7천t이 생산될 전망이어서 가격이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사과 가격의 고공행진은 올해 사과 생산량과 맥이 닿아있다. 작황 부진으로 인한 사과 생산량 감소로 시장 가격이 급격하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는 농가들이 탄저병과 우박, 폭염으로 적정 생산량 확보에 애를 먹었다.
과일 표면에 갈색 반점이 생기면서 썩는 탄저병은 병원균(포자)이 주로 빗물을 타고 퍼져 수확기 비를 만나면 치명적인데 올해 이 병이 확산, 사과농가에 큰 타격을 줬다.
가을철 우박 피해가 전국적으로 잇따라 발생했고 여름철 폭염으로 일소 피해도 컸다. 폭염과 우박, 탄저병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 사과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사과 생산량이 작년보다 5% 줄어든 55만t으로 예상했다.
상품성이 떨어져 유통되지 못하는 사과까지 고려하면 실제 시장 물량은 전년보다 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사과는 명절 이후에도 소비가 꾸준한 과일"이라며 "명절이 지난 뒤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생산 물량이 줄다 보니 가격이 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원예농협 관계자는 "이달 말 출하되는 후지도 일부 탄저병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돼 물량이 예상했던 것보다 줄면서 사과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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