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이냐 항쟁이냐? 올바른 이름 찾아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서 제기…"내년 70주년 정명 위한 중요한 계기점"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내년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4·3의 올바른 이름을 찾기 위한 '정명'(正名)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주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7일 제주4·3평화재단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념 논란으로 70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4·3 정명 문제를 거론하며,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재단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과 사업 추진을 주문했다.
이상봉 의원은 "4·3은 '사건'인가, '항쟁'인가, '운동'이냐"며 "4·3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 명예회복 조치가 이뤄졌지만 4·3의 성격을 규명할 올바른 이름은 여전히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4·3 60주년 행사 당시 도내 15개 시민사회단체는 '제주4·3민중항쟁 60주년 정신계승을 위한 공동행동'을 별도로 구성·운영하면서 4·3을 항쟁의 역사로 해석하려는 별도의 움직임이 있었다"며 "내년 4·3 70주년을 맞아 4·3의 올바른 이름 찾기인 정명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제주도민 대량학살의 시발점이 된 미군정 포고령 선포일인 10월 17일을 맞아 현재 광화문에서는 '제주 4·3에 대한 미국과 UN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올바른 이름을 찾는 일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한 일인 만큼 적극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문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4·3은 현재까지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됐다. 하나는 이념적 대립을 내포한 성격의 문제, 또 다른 하나는 공권력에 의해 집단학살된 인권 유린의 문제 등 두 가지 접근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무고한 양민 학살에 대한 책임과 보상 문제에 주력해 왔지만 4·3의 성격을 규명하는 문제는 이념적인 충돌문제가 있어서 정부의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단언을 내리지 못하고 역사적인 문제로 남겨놓고 있는 것"이라며 "정명 문제는 단순히 이름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4·3의 성격을 규명해야 그 문제가 결론 난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철 의원은 "연구가 부족했다는 측면에 동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5·18 민주항쟁은 민주항쟁이라고 까지 명명되기까지 여러 논란이 있었다"며 "4·3은 사건의 규모도 크고 오랫동안 논의됐고 시간도 많이 지났다"고 반론했다.
박 의원은 "그간 판결, 판례에 비추어 봐도 충분히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새 정부가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하는 상황이고 배·보상 문제에 대한 실질적 접근까지 논의되는 마당에 정명 문제를 놓고 이러한 이념 논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정명에 대해서는 상당히 접근된 부분이 있다"며 "과거에는 반란, 반동, 폭동, 항쟁, 사건 등 여러 가지 용어가 단체나 연구자 등에 의해 쓰였지만 최근에는 사건 또는 항쟁으로 시각이 축소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명 문제는 이에 대한 연구와 충분한 이론적 바탕을 통해 정책적으로 제시된 뒤 수용될 수 있다고 본다"며 "그 과정까지 재단이 노력할 것이고 내부적으로 연구 검토하고 있다.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정명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내년 4·3 70주년이 올바른 이름을 정하는 중요한 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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