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탐욕이 몰고 온 대재앙…재난영화 '지오스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가까운 미래, 세계 각국은 인공위성 조직망을 이용해 날씨를 조정하는 '더치보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미국의 관장 아래 평화롭게 자연재해를 막아주던 이 프로그램은 어느 날 오작동을 일으키고, 두바이에 쓰나미가 닥치는 등 전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이 속출한다.
이에 백악관 관료인 맥스(짐 스터게스)는 상사의 명령에 따라 더치보이 프로그램 개발자이자 그의 형인 제이크(제라드 버틀러 분)를 우주정거장으로 올려보낸다. 한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이들 형제는 기상이변에 얽힌 음모를 찾기 위해 다시 의기투합한다.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지오스톰'은 외계의 습격이나 거대 생물체의 출연이 아니라 자연재해가 몰고 온 대재앙이라는 비교적 현실적 소재를 다뤘다. 이 영화의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지난달 강력한 허리케인이 미국을 연이어 강타하고, 멕시코에 대규모 지진이 발상하자 '지오스톰' 개봉을 연기했을 정도다. 극 중 자연재해가 관객에게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오스톰'은 자연재해라는 소재를 제외하면 전형적인 할리우드 재난블록버스터 공식을 따른다. 재난의 등장과 이를 해결하는 미국인 영웅, 재난 앞에 더욱 단단해지는 가족애와 형제애, 남녀 간의 사랑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주고받는 농담까지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재앙이 싹튼 곳은 결국 인간의 탐욕인데, 그 탐욕에 비해 재앙의 크기는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스토리에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또한, 이 영화는 기존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중심의 사고를 그대로 드러낸다. 전 세계 수백, 수천만 명이 그들의 탐욕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데도, 소수 미국인 영웅의 생사에만 관심을 쏟고 환호하는 모습이 영 불편하게 느껴진다.
물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눈과 귀가 즐거운 오락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다. 홍콩 도심의 아스팔트가 갈라지면서 용암이 분출하고, 브라질 리우에 혹한이 몰아쳐 바닷가에 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얼어붙거나, 두바이 사막에 쓰나미가 몰아쳐 건물이 기우는 등 자연재해 장면들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300', '백악관 최후의 날'의 제라드 버틀러가 까칠한 성격의 과학자 제이크 로손 역을 맡았고, '가디언의 전설', '베를린, 아이 러브유'의 짐 스터게스가 동생 맥스 로손으로 출연해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스타게이트' '고질라' '인디펜던스 데이'의 각본을 쓴 딘 데블린이 이 영화의 각본·연출·제작을 맡았다.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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