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장피에르 레오 "73세에 즉흥연기라니…독특한 작업"

입력 2017-10-17 09:11
수정 2017-10-17 09:20
[부산영화제] 장피에르 레오 "73세에 즉흥연기라니…독특한 작업"

프랑스 누벨바그의 아이콘…스와 노부히로 감독과 함께한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선보여



(부산=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장피에르 레오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배우다.

열네 살의 나이에 데뷔작인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1959)에 출연하며 프랑스 누벨바그의 시작을 알린 이래 트뤼포 감독과 함께 수십 년간 수많은 작품을 함께했다. 누벨바그의 또 다른 대표주자인 장뤼크 고다르 감독과도 9편의 작품을 찍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신의 최신작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를 들고 온 그는 지난 16일 저녁 부산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핸드 프린팅 행사를 가진 뒤 "열네 살 때 연기를 시작했는데 지금 내 나이가 만 73세다. 지금까지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장피에르 레오는 이번 영화제에서 고다르 감독의 미개봉작인 '작은 독립영화사의 흥망성쇠'(1985)와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등 두 편을 선보였다.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된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는 일본의 스와 노부히로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장피에르 레오가 배우 장으로 등장하는, 장피에르 레오에 대한 오마주 같은 작품이다. 촬영이 무기한 연기되자 죽은 옛 연인인 줄리엣의 집을 찾아간 장은 그녀가 죽은 후 방치된 집에서 머물다가 그곳에서 호러 영화를 찍으려는 아이들을 만나 촬영에 동참하게 된다.

이날 레오와 함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여한 스와 감독은 대학생 때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보고 영향을 받아 영화계에 들어서게 됐다"며 "나에게 장피에르 레오는 특별한 존재다. 그와 영화를 만들게 됐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에 이어 아시아 감독과 두 번째로 작업을 함께한 레오는 "스와 감독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아무런 생각이나 창작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갑자기 사람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액션'하고 외친다"며 "73세의 나이에 순간적으로 연기의 창작성을 발휘해 즉흥연기를 한다는 것은 아주 아주 아주 힘든 일"이라며 웃었다.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는 옛사랑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지만, 시종일관 죽음이라는 주제가 이야기를 감싼다. 영화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스와 감독은 "실제로 영화 안에서 아이들이 영화를 만들어갔다. 아이들이 만드는 영화에서는 사람이 굉장히 쉽게 죽고, 죽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 장이라는 배우는 죽음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망설임과 고민을 느끼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며 "죽음이 이 작품의 주제가 될 수도 있지만 '산다는 것은 멋지다'는 게 주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작 '루이 14세의 죽음'(2016)에서 '무거운 죽음'을 보여줬던 레오는 이번 작품에서는 '즐거운 죽음'을 보여준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요즘 '죽음'이라는 주제에 집착하고 있다"며 방한 기간 한국의 스님을 만나 면담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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