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의장 "비핵화는 절체절명의 과제"…러 "남북접촉 중재하겠다"
마트비엔코 "사드가 한반도 긴장 높여"…丁의장 "北이 핵 포기하면 철수"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16일(현지시간) 발렌티나 마트비엔코 러시아 상원의장을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 의장은 셍트페테르부르크 타브리체스키 궁전에서 열린 제137차 IPU총회에서 마트비엔코 의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는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가 필요하지만, 이는 대화를 위한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마트비엔코 의장은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지지한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핵 개발을 중단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마트비엔코 의장은 "이번 IPU 총회를 계기로 남북 간 협의의 자리가 마련되도록 중재하고자 한다. 이르면 오늘 오후 북한 대표단을 만날 예정"이라면서 "남북 간 의회 차원의 접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정 의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체제와 정권의 안보도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북한 대표단을 만나면 이 이야기를 꼭 전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 의장 측은 북한 측 IPU 대표단을 이끄는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을 만날 수 있다는 의향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지만, 북한 측에서 끝까지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면담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한편 마트비엔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언급하며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서 북미 간 불신이 너무 깊다. 정세 완화를 위해 (북미가)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군사적 움직임이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높인다는 얘기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정 의장은 "사드는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한국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 (한반도에서) 즉시 사드도 철수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에르네스토 코르데로 멕시코 상원의장과의 양자면담에서는 "멕시코에서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하고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코르데로 의장은 "최근 지진 피해를 극복하는 데 있어 한국이 많은 도움을 줘 감사하다"면서 "멕시코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 한국의 입장을 항상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코르데로 의장이 "IPU 회장 선거에 멕시코 하원 의원이 출마했다. 지지해달라"고 요청하자 정 의장은 "잘 될 것이다. 양국 의회 간에 긴밀히 협력해 정부 간 협력을 끌어내자"고 화답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에는 같은 호텔에 묵은 이란의 라리자니 의장의 요청에 따라 양자면담을 하고 "양국의 정부와 의회, 기업과 국민이 가깝게 지내고 협력하는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불인정한 것과 관련해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 이란도 미국과 의회 차원에서 대화하고, 유럽연합(EU) 국가를 통한 간접적인 소통 노력도 기울여보라"고 조언했다.
라리자니 의장은 "북핵 문제를 정치적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한국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입장을 지지한다"며 "이란도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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